내일의 눈
동맹이론에 비친 두개의 전쟁
스나이더(Glenn H. Snyder) 등이 제기한 동맹이론에 따르면 비대칭 동맹은 주요한 딜레마를 동반한다. ‘자율성과 안보 교환’ ‘방기와 연루’ 딜레마다. 약소국은 강대국과 동맹을 맺어 안보를 증진시키지만 자율성 일부를 빼앗긴다. 또 동맹에 의해 원치 않는 분쟁에 ‘연루’되기도 하고, 약소국은 강대국으로부터 ‘버림받는’ 것을 우려한다. ‘연루의 공포’와 ‘방기의 공포’다.
세계는 지금 두개의 큰 전쟁을 목도하면서 이런 딜레마와 직면했다. 우크라이나전쟁은 3년째다. 전쟁 초기에만 해도 러시아가 쉽지 않았다. 미국과 서방의 물량지원을 받은 우크라이나의 반격과 국제사회의 제재와 여론전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였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정반대다. 러시아는 풍부한 에너지 자원을 밑천으로 전쟁을 치르면서도 경제를 안정적으로 꾸려가고 있다. 또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반기를 드는 브릭스나 글로벌 사우스 등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등이 되레 난처한 상황이 됐다. 우크라이나를 언제까지 지원해야 할지 기약이 없다. 현재로선 크게 승산도 없다. 전쟁 피로감이 공개적으로 터져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과 서방은 ‘연루의 공포’에, 우크라이나는 ‘방기의 공포’에 직면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비슷하다. 지난해 10월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적으로 공격했을 때는 대부분 하마스를 비난했다. 하지만 수개월을 지나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가자지구 집단학살 비난까지 아랑곳않는 이스라엘에 세계가 경악했다. 최우방 미국만이 시종일관 이스라엘의 뒷배를 자처했지만 최근에는 기류가 바뀌었다. 이스라엘이 모두가 만류한 가자지구 최남단 라파에 대한 공격까지 감행했기 때문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전쟁을 통해 정치생명을 연장하고 있다. 네타냐후 등 이스라엘 극우세력이 내부 결속을 위해 자율성을 챙기는 상황이다.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70년 한미동맹은 안전을 보장해 주는 대신 자율성을 침해했다. 그럼에도 국내 보수진영은 방기의 우려를 제기하며 끊임없이 미국에 의존했고, 그 강도는 현정부 들어서 훨씬 강해졌다.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 있다. 영원한 동맹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다.
리즈(Brett Ashley Leeds)와 사번(Burcu Savun)의 분석(2007)에 따르면 1816년부터 1989년까지 173년 동안 304개의 동맹 가운데 44개만 유지됐고 260개 동맹이 해체됐다.
전세계가 가치보다 자국 이익을 위해 뛰는 무한경쟁의 시대에 우리만 동맹이라는 낡은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짚어볼 때다.
정재철 외교통일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