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철강에서 보는 한국 통상외교의 난맥
우리나라가 주요국의 친환경 철강생산시스템 구축협력 논의에서 제외돼 우려가 크다. 발디스 돔브로브스키스 유럽연합(EU) 통상담당 수석부집행위원장은 최근 인사이드유에스트레이드(Inside U.S. Trade)와의 인터뷰에서 “EU는 철강 탈탄소화 방법에 대한 미국·EU의 기술적 논의에 다른 국가들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논의에 참여할 나라로 우리나라는 빼고 일본 캐나다 영국 등을 지목했다.
EU와 미국은 지난해 연말 종료 예정이던 한시적 무관세 조치를 2025년 3월 31일까지 상호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앞서 트럼프행정부가 2018년 3월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수입산 철강에 대해 25%, 알루미늄에 대해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자 EU는 강력히 반발하며 보복관세로 맞대응했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제한된 유럽산 철강·알루미늄 물량의 경우 무관세 수입을 올해 말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EU도 이에 호응해 보복관세 적용을 한시적으로 중단했다.
아울러 양측은 무관세가 유지되는 동안 ‘철강산업의 저탄소화’ 전환을 목표로 한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 및 알루미늄 협정(GSA)’ 체결을 논의해왔다. GSA를 통해 미-EU간 소모적인 철강 분쟁을 멈추고 대신 중국 등 제3국산에는 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런데 이 질서 구축 논의에서 한국이 소외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GSA체결국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아웃리치(대외접촉)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우리 철강업계는 지난해 멕시코정부가 외국산 철강에 대해 관세를 최대 25% 인상한 조치로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다. 이 조치는 멕시코와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맺은 미국과 캐나다산 철강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 일본도 멕시코와 경제동반자협정(EPA)을 발효한데다 두 나라 모두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회원국이어서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FTA가 체결되지 않아 포스코 등 철강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우리 전체 철강 수출 중 멕시코가 차지하는 비중은 7.8%(27억달러)이며 미국 EU 중국 일본에 이어 대멕시코 철강 5위 수출국이다.
여기에 미국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과 유사한 정책논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또 자신만의 ‘철강클럽’을 구축하고, 가입국가에게는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관세를 없애거나 대폭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우리 철강산업이 이처럼 사면초가 상황인데 정부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 궁금하다. 통상외교가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
이재호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