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손잡고 갈, 꽃피는 4월을 고대한다”
그는 40여년을 야당 지지자로 살아왔다고 했다. 지지했던 당이 3번 여당이 됐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야당이라고 했다. 대선에서는 야당을 여당으로 만드는 데 표를 줬지만 지방선거·총선의 선택은 매번 달랐다. 그는 “DJ선생이 정권 바꾸자고 할 때, 노무현이 버림받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할 때, 촛불 들고 광장에 나섰을 때 진짜 표를 줬고 나머지는 솔직히 마지못해 투표장에 갔다”고 토로했다. 지난 대선부터 집안의 아들·딸에게 지지권유도 하지 않았다. 마음 가는 곳이 없었다 한다.
‘어떤 설렘도 없이 총선이 다가오고 있다’는 한탄이 한 칼럼니스트만의 절망일까. 심판의 대상이 된 여당에 대해선 사실 언급 자체가 동어반복이다. 정부 출범 1년 9개월 분야별 정책평가(한국갤럽)에서 경제·부동산·복지·교육·북한·외교·인사 중 긍정평가 50%를 넘긴 분야가 단 하나도 없다. 여권이 영부인 명품백 논란 방어에 쏟는 열정의 10%만 국민 삶 개선 분야로 옮겼다면 지표가 달라졌을 것이다.
야당은? 절대과반 의석을 갖고도 결정적 순간에 대통령 권력과 비교하며 약자코스프레를 반복하고 있다. ‘여권이 미워서 지지한다’는 반사이익 구조가 작동하지 않은 지 꽤 됐다. 야당이 더 밉거나, 믿음직하지 않다거나의 영향 아닐까.
총선 공천과 관련한 대응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는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 또 다른 새 가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 장강의 물은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고 했다. 공천과 관련해 당내 기득권 세력의 헌신을 촉구한 대목으로 읽히는데 당 안의 울림은 크지 않다. 왜? 솔선수범이 빠졌기 때문이다.
김대중 대통령, 문재인 대표 시절 측근으로 불린 인사들이 공직·출마로 가는 다리를 스스로 끊은 이유가 뭐겠나. 그렇게라도 해서 공감을 얻기 위함 아니었겠나. 자신은 물론 주요 당직자 지도부 현역측근은 자리를 지키면서 밖에다 ‘선당후사’를 요구하면 감흥이 있겠냔 말이다. 시스템공천도 그렇다. 추미애는 되는데 임종석은 안된다. 이건 또 왜?
양당체제 종식을 선언한 제3지대 개혁신당도 설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4개 세력이 ‘반윤·반명’으로 모였다.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반윤-반명 프레임 가운데 하나는 깨질 것 같다. ‘선명 야당’을 표방한 제3지대가 내걸 시대정신으로 적합한가 돌아볼 일이다. 주축세력의 공약도, 지향점도 여간 먼 것이 아니다. 호사가들이 ‘개혁신당’을 정권획득을 위한 튼튼한 집이 아니라 총선용 ‘빅텐트’라고 부르는 연유다.
그럼에도 그는 4월 투표장에는 갈 생각이라고 했다. 민주주의 체제가 시간이 걸리고 비효율적인 것 같아도 진보할 수 있다는 믿음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는 “두달도 안 남았지만, 주변에 함께 가자고 할 명분을 기다려 보겠다”고 했다.
이명환 정치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