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활성화, 먼 길 돌아가는 행안부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년을 살펴보고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첫해 성과로 650억원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총액을 모금 주체인 전국 243개 지자체로 나누면 평균 2억7000만원 꼴이다.
지자체간 격차가 크다 보니 모금에 든 비용에도 못 미치는 모금을 한 지자체도 상당수다. 고향사랑기부제의 명분인 열악한 지방재정 확충에는 ‘언 발에 오줌누기’도 안되는 수준이다.
인구소멸에 직면한 지역을 살리려면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무엇보다 시급한 건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의 주체인 지자체가 실질적인 운영 권한을 갖고 노력하게 해야 한다. 고향사랑기부금을 모금해서 영수증을 발급하는 것도, 지역발전에 기부금을 사용하는 주체도 지자체가 되도록 해주는 것이 우선이다. 발생하지도 않은 과열경쟁을 빌미로 규제를 앞세우는 행안부의 태도 변화가 최우선 과제다. 행안부가 주도해서 시행령부터 고쳐야 한다.
물론 관료적 방식으로 고향사랑기부제를 운영하려는 지자체의 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기부자에 대한 고민없이 홍보에 몰두하는 실책을 범한 곳이 많다. 1억2000만원을 모금한 대전시는 홍보비로 1억원 넘게 지출했고, 3억3000만원을 모금한 강원도는 4억8000만을 홍보비로 지출했다. 세금을 들인 홍보가 모금으로 이어지지 않은 점을 잘 들여다봐야 한다. 행정이 아니라 단체장과 주민이 나서고, 민간 역량을 활용해서 모금한 지역을 주목해 봐야 한다.
일본은 세제, 우리는 기부금이라고?
행정을 대신해서 기부금 홍보와 모금 과정을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온라인 플랫폼이다. 하지만 행안부가 운영한 고향사랑e음은 관료가 만들고 운영하는 행정시스템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고향사랑기부제의 원조격인 일본의 경험을 뻔히 알면서도 일본은 세제(고향세)고 우리는 기부금(고향사랑기부제)이라 다른 제도라고 거부한다. 겉보기에는 다를지 몰라도 지방재정 확보라는 취지와 기부자가 선택한다는 방법에서는 다르지 않다.
일본의 고향세가 진화해 온 궤적을 보면 빨리 배울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가장 최근에 나타난 민간플랫폼이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의 고향세는 40여개의 민간플랫폼을 기초로 운영된다.
2022년에는 8조6000억원을 모금해 118배나 성장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바로 민간플랫폼이었다.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지정기부 답례품 등을 전문성 있는 민간과 협업해 기부자들에게 홍보하는 일련의 일들이 모두 민간 플랫폼 상에서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광주 동구와 전남 영암도 전문성 있는 민간과 협업으로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을 진행했다. 그 결과 광주 동구는 167일간 6억3600만원을, 전남 영암은 35일 만에 3억9000만원을 추가 모금했다. 전체 홍보비도 광주 동구는 6200만원을, 전남 영암은 4500만원을 지출했을 뿐이다. 이는 고향사랑기부제 모금은 지자체가 자율을 바탕으로 전문성 있는 민간과 협업해야 활성화할 수 있다는 반증이다.
규제 앞세운 행안부 태도변화 최우선 과제
행안부는 민간플랫폼을 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기부금품의 모집 및 활용에 관한 법률’의 ‘그 밖의 공개된 장소’에서의 모금 방법으로 온라인 모금이 가능함에도 행안부는 이를 부정한다. 굳이 법 개정 없이도 시행령만 개정해도 가능함에도 말이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