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증시 차별화를 이끄는 화두들

2024-02-19 13:00:03 게재

연초 불안하게 시작했던 증시가 안정세를 되찾고 있다. 200포인트 넘게 떨어졌던 코스피는 되올라 2600포인트를 회복했고, 미국 증시는 지수별로 작년말 대비 5% 안팎으로 올랐다. 특히 S&P500은 역사상 처음으로 5000포인트를 넘는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다른 증시가 부진할 때도 나 홀로 강세를 보였던 일본 니케이225지수도 강세를 이어가 지난해 말 대비 15% 가까운 높은 수준까지 치솟은 상태다. 이러한 반전은 무엇보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 호조와 통화정책의 적절한 조합이 달성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국가별 업종별 기업별 주가 차별화 진행중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이러한 주가상승이 모든 지역과 모든 업종, 나아가 모든 기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난 몇년 간 이어졌던 미국·일본과 중국·홍콩 증시의 차별화에 더해 업종별 기업별로도 차별화가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제는 매그니피선트7(M7)이라는 표현까지 동원되는 미국 빅테크업체와 글로벌 주요 대기업들의 차별화, 국내에서는 저 PBR 주식을 중심으로 한 저평가기업과 여타 기업들의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다.

물론 어느 시기, 어떤 여건 하에서도 차별적인 주가 흐름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나라별로 경기와 유동성의 조합이 만들어 내는 사이클은 모두 다르고, 생산성 개선 속도 역시 다르기 때문이다. 업종별로도 업황 사이클이 모두 다르고, 기업별로도 마찬가지다. 그렇지만 미국의 M7과 글로벌 주요 기업의 차별화는 기간이나 정도 측면에서 특별하다.

시계를 늘려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인 2019년 말부터 지금까지 실적을 보면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100% 이상, 어떤 경우에는 1000% 이상 올라 전체 지수 상승률을 압도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올해 들어 금융기관 자동차 통신 지주 등 저 PER 업종의 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고 PBR 업종을 크게 상회했다.

게다가 이제는 M7기업 중에서도 인공지능 산업에서 먼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차별화도 진행중이다. 관련된 대규모 설비투자 수요의 직접적인 혜택을 볼 고사양 반도체 업체나 수퍼컴퓨터 제조업체의 주가가 인공지능을 이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플랫폼업체나, 인공지능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못한 기업들 주가보다 크게 오르고 있다. 같은 반도체업체라 할지라도 메모리 쪽에 특화되어 있는 업체들은 미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전체적으로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렇게 보면 경기 사이클과 유동성의 조합이라는 거시경제 이슈 외에 현재 글로벌 증시를 이끄는 화두는 ‘미국과 일본’ ‘압도적인 경쟁력을 가진 빅테크’ ‘인공지능 수혜’이고, 우리나라에서는 ‘저평가 해소’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을 무시한 상태에서 투자에 나선 투자자의 경우 오랜 기간 상대적으로 저조한 수익률을 기록했고 현재도 그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을 것이다.

시장 주도하는 업종과 기업 상당기간 증시 이끌듯

문제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비슷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많은 투자자들이 이러한 차별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짧게는 지난 한달 간, 길게 보면 수년 간 이어진 차별화로 이미 오른 기업들의 주가는 비싸 보이고, 그동안 오르지 못한 기업들의 주가는 싸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증거들은 차별화의 중심에 있는 미중 갈등과 양국 경제력 격차의 재확대, 인공지능 산업의 개화, 우리 정부가 마련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코리아디스카운트 해소가 올해 내내 증시를 지배할 화두일 것임을 시사한다. 경기와 유동성 상황의 안정에 대한 믿음이 있는 투자자라면 주식비중 자체도 높여야 하지만, 중심에 서 있는 업종과 기업의 주식이 조정을 받을 때마다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최석원 SK증권 경영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