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천혁신’ 승부수 … 현역 불출마·중진 험지 재배치

2024-02-19 13:00:11 게재

도덕적 흠결·평가 하위 현역, 불출마 종용

다선 중진 의원 수도권 재배치 등 검토 중

국민의힘에 혁신공천 밀린다는 자체평가

곳곳 반발 … “이재명 대표 적극 나서야”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총선 첫 단계인 ‘공천’에서 국민의힘에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중진의 재배치와 올드 보이의 불출마, 친윤 인사 컷오프(공천 배제), 막말논란 인사 배제 등으로 점수를 따고 있는 반면 민주당은 ‘밀실 공천’, ‘문명전쟁’(친문과 친명 경쟁)으로 시끄럽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공천 혁신’에 무게를 둔 행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시스템 공천에 따라 현역 경선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종용과 함께 ‘올드 보이’ 재배치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공관위 3차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과 박희정 중앙당공직선거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 대변인이 지난 15일 국회에서 3차 공관위 심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19일 공천에 관여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구의 민주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비해 공천과정이 밋밋하고 오히려 불협화음만 나오고 있다”면서 “선거에 앞서 이뤄지는 공천에서 유권자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또다른 수도권의 모 의원은 “현재 당 지지율이 정체돼 있는 상황에서 뭔가를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불출마가 아니라면 하위 10%에 대해서는 컷오프라도 해야 하고 올드보이라고 불리는 중진들의 수도권 재배치 등 험지 출마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하위 10%에 대해 컷오프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의힘은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의지에 맞춰 중진인 조해진 의원(3선), 김태호 의원(3선), 서병수 의원(5선)이 대거 민주당 현역의원들이 점유하고 있는 낙동강 벨트로 재배치 됐고 출마 의지를 강하게 보였던 5선의 김무성 전 대표가 불출마 선언을 했다. 대통령실 출신에게는 주로 단독 공천 없이 경선을 붙였고 대통령 친구 석동현 사무차장과 현역 비례의원 2명(최영희, 서정숙 의원), 설화가 있었던 김성회 전 대통령실 종교다문화비서관 등이 컷오프됐다. 친한동훈계인 장동혁 사무총장이 자진해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민주당 내부의 위기의식 강해져 =민주당에게 강도 높은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앞의 핵심관계자는 “중진들의 불출마 선언을 위한 물밑 작업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면서 “공천혁신이 당연히 물갈이로 보고 있는데 중진이나 586세대를 나이나 선수로 잘라낼 수는 없다. 지역구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출마 선언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13일 불출마 종용을 위해 공천 관련자들이 만난 것은 아니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조율해 왔고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공관위에서 사전 조율 없이 컷오프를 시키거나 하위 20%를 발표해 놓고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했다.

‘지난 13일’은 ‘당 지도부가 만나 공천 배제 인사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며 ‘밀실공천’ 논란이 불거진 날짜다. 이 관계자 말을 빌면 13일에 공천과 관련한 별도의 모임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다른 날엔 이와 비슷한 목적의 모임들이 있었다는 얘기다.

앞의 핵심관계자는 “밀실공천 논란이 일더라도 지도부에서 혁신공천을 위한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민주당이 혁신 공천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된 상황이기 때문에 어찌됐든 컷오프보다는 불출마 선언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민주당은 시스템 공천으로 ‘경선’ 원칙을 세워놨고 국민의힘과 달리 선출직 평가 하위권에 대한 컷오프가 불가능해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국민의힘도 공천심사 결과에서 나온 컷오프는 비례대표 2명에 그쳤다. 민주당은 아직 단 한명의 컷오프도 없었다.

민주당이 ‘불출마 선언’ 종용에 나설 대상은 도덕적 흠결이 있는 의원과 선출직 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맞은 의원이거나 특히 586 운동권 세대로 불리는 인사들로 이들에 대해 집중 회유가 이뤄질 전망이다.

공관위 관계자는 “돈 봉투 등 확실하게 혐의가 확인된 인사에 대해서는 공천을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이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전에 조율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4~5선 중진들에 대한 재배치 시도 = 민주당은 또 원내대표를 지낸 4선의 박지원 전 국정원장과 대선후보를 지낸 4선의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의 험지 재배치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관위 관계자는 “올드보이가 호남지역에서 다시 선수를 높이는 것은 적절치 않고 오히려 당에 부담이 된다”며 “이들의 수도권 재배치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원장은 현재 전남 해남·완도·진도에서, 정 전 장관은 전주병에서 각각 5선을 노리고 있다. 당대표와 5선을 지낸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거취 역시 관심대상에 올라있다. 민주당은 과거 자신 지역구에서 손을 떼고 나온 추 전 장관에 대해서 우선 ‘험지’로 공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박 전 원장의 경우엔 현재 준비하는 지역구인 전남 해남·완도·진도가 아닌 수도권에 재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완도가 고향인 손명수 전 국토부 차관을 인재영입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박 전 원장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올드보이 퇴진’이나 ‘험지 출마 요구’에 대해 “저만큼 지난 2년간 윤석열 김건희 정권에 검찰 정권에 저항하고 투쟁한 사람 누가 있느냐”며 “농사를 저만큼 지은 사람이 민주당 어떤 사람이 있든지 한번 나와 보라”고 했다. 그는 “농사를 짓지 않고 열심히 투쟁하지 않고 민주당원답지 않게 젊은 사람들이 가만히 있다가 공천 달라 이건 얘기가 안 된다, 저는 그렇게 본다”고도 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의 조율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재명 대표 측근의원은 “결국은 리더십으로 돌파해야 한다”며 “이재명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서 혁신공천을 밀어붙이는 방법 외엔 반발을 잠재우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의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 이 대표가 조율과정에 적극 나서기를 주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