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운 국제경쟁력 유지와 톤세제 일몰 연장
세계경제는 지정학적 분쟁으로 공급망 막힘, 미중 간 무역분쟁 지속, 중국경제의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국내 경제도 낮은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올해도 해운을 둘러싼 경제환경이 별로 개선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컨테이너선의 경우 2023~2025년간 다량의 신조선 인도가 예정돼 공급과잉에 의한 장기불황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또한 올해 국제해사기구(IMO) 유럽연합(EU) 등에 의한 선박 탄소배출 규제가 본격화되면서, 친환경 선박확보가 미래 해운사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와 같이 해운산업은 친환경 선박에 대한 투자, 공급망 유지를 위한 비용은 크게 증가할 전망인 반면, 공급과잉에 의해 해상운임은 약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여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이러한 환경변화와 경기침체에 대응하고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올해 말로 일몰이 도래하는 톤세제의 일몰 연장이다.
톤세제는 해운기업에 대해 영업이익 대신 보유 선박의 톤수에 따라 법인세를 산출하는 제도다. 전세계 상선대의 약 90%가 적용받고 있고, 자국 선대 경쟁력 유지를 위해 대부분의 국가가 채택한 조세경쟁제도로 해운세제의 글로벌 스탠다드로 정착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05년 톤세제 도입 이후 5년마다 일몰을 연장해 현재까지 20년 동안 존속해 사실상 영구법으로 운영되었다.
톤세제 도입 이후 국적 선대 크게 증가
국제적으로 톤세제를 도입한 배경은 해운산업은 지속적으로 신조선 투자를 해야 국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황변동성이 커 유동자금 변동성으로 불안정한 경영환경에 처할 수 있기에 톤세제를 도입해 선박투자자금을 확보하고 경영 안정성을 기하자는 의도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5년 톤세제 도입 이후 국적선대가 2022년까지 2686만톤에서 9922만톤으로 3.7배나 증가했다. 국적선대 증가는 선사의 사업 확대는 물론 수출입 화주에게도 무역경쟁력을 강화시키는 요인이다.
국제경제와 무역이 호황일 때 수출업체는 해외시장의 점유율을 높여야 하는데, 무역량이 증가하면서 선박확보가 어렵고, 운임이 천정부지로 높아지기 때문에 경쟁력 있게 수출하기가 어렵게 된다.
국적선대가 확충되면서 임시선박을 투입할 수 있게 됐고, 외국선사들의 일방적인 운임인상을 막아내는 역할을 할 수 있었다. 톤세제로 인한 국적선의 확대는 무역업체의 국제경쟁력을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다.
또한 톤세제로 인한 국적선대의 증강은 국적선에 의한 노선확대와 부산항 기항을 증가시켜 부산항이 허브항만으로 성장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2005년 톤세제 도입 이후 국적 중소형 컨테이너 선사의 수송능력이 확대되면서 부산항의 한·일, 한·동남아, 한·중 등 연근해 피더화물이 2.6배나 증가해 부산항의 허브항만 경쟁력을 강화시켜 왔다.
톤세제 일몰시 해운경쟁력 12위로 하락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톤세제가 일몰될 경우 우리나라의 해운경쟁력은 선복량 기준으로 세계 4위에서 12위로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 선사들과 경쟁하는 우리 선사들이 운임수준과 신조선 투자에서 국제적으로 동등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그리고 다가올 장기불황에 대비할 수 있도록 현행 톤세제를 유지하는 일몰 연장이 필수적이다.
양창호 한국해운협회 상근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