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이재명 리스크’…‘결단’ 빨라지나

2024-02-21 13:00:29 게재

총선 패배 위기감 확산 … ‘사당화’ ‘사법리스크’ 부각

공천 파동 원인 이 대표에 집중돼 … “대표가 수습해야”

이 대표 “모든 원망은 제게 … 온전히 책임지고 감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공천파동의 모든 화살이 꽂히고 있다. 민주당이 22대 총선을 50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밀실 공천’ ‘사천’ ‘비명 횡사, 친명 횡재’ 등 다양한 논란이 쏟아지고 있고 그 원인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이 대표를 만나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사당화를 표현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에 대한 거부감이 확산되고 있다. ‘혁신’과 ‘새순’을 언급하며 반명, 비명계를 쳐내면서 친명계와 친위대를 챙기는 게 ‘이율배분적’이라는 평가가 지도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21일 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21일 민주당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핵심관계자는 “현재 나오고 있는 비명계나 반명계의 반발의 근저에는 이재명 대표의 친명계 챙기기에 대한 불만이 굳어져 있다”며 “이 대표는 출마하고 2선 후퇴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친명계, 측근들을 챙기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사람들의 희생만을 요구하고 있는 꼴”이라고 했다.

친정세균계로 알려진 김영주 의원은 ‘하위 20%’ 명단에 들어간 것으로 통보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면서 “모멸감을 느낀다”며 “반명으로 낙인 찍었고, 이번 공천에서 떨어뜨리기 위한 명분으로 평가 점수가 만들어졌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사당으로 전락했다고 볼 수 있는 가장 적나라하고 상징적인 사례”라며 “민주당이 잘 되기를 바라지만 이재명을 지키지는 않겠다”고 했다. 친정세균계 핵심이면서 대표적인 반명인사인 이원욱 의원은 탈당했고 부의장을 지낸 김 의원은 탈당 선언을 했다. 정세균 전 총리의 공동선대위원장 결합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수많은 비명계 현역의원들 지역구엔 비공식 여론조사가 돌기도 했다. 비명 현역의원들을 뺀 채 친명인사들을 넣은 여론조사는 ‘비명 의원 제외, 친명인사 꽂기’로 읽혔다. 여기엔 친문, 비명, 86세대 등 이재명 대표와 결을 달리하는 홍영표 이인영 송갑석 노웅래 기동민 지역구가 포함됐고 그 빈자리는 주로 친명계 인사가 차지하면서 논란이 급확산됐다. 민주당 대표의 ‘사당화’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당 차원에서 이재명 대표의 주문으로 돌린 여론조사”라면서 “주요한 몇몇 곳이나 당선 가능성이 있는 인사를 집어넣는 방식의 조사가 아니라 친명이라는 이름의 인사들을 여기저기에 마구 넣어 여론조사를 하다 보니 이재명 대표에게 모든 화살이 몰리는 것”이라고 했다.

◆당 내부에서 커지는 ‘총선패배’ 푸념들 = 당당 내부에서 총선 패배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긴장감보다는 푸념에 가깝다.

윤석열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낮은 지지율과 ‘독주’에 대한 국민 저항감이 커지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권심판론’에 기댄 압승에 강한 기대감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들어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윤석열 대 이재명’ 프레임에서 ‘한동훈 대 이재명’ 프레임으로 옮겨가면서 민주당이 길을 잃은 모습이다. 상대방의 자책골만 쳐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운동장이 바뀐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서 정체돼 있는데도 민주당 지지율 역시 같은 범위에 갇힌 데는 ‘이재명 리스크’가 똬리를 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호감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3~25일 전국 만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역할에 긍정적인 답변은 35%에 그쳤고 부정평가는 59%에 달했다. 중도 성향에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에 비해 낮은 점수를 받았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재명 체제로 총선 치를 수 있을까 = 민민주당 내부에서 ‘이재명 체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를 전면에 내세워 총선에 이길 수 있을까에 대한 불안감이 민주당을 감싸는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떡잎이 져야 새순이 자란다”며 “혁신공천은 피할 수 없는, 말 그대로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고는 “모든 원망은 제게 돌리라”며 “온전히 책임지고 감내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져야 하는 떡잎과 가죽을 벗기는 아픈 과정은 온전히 비명인사에 집중돼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법사위에 출석한 박용진 의원 연합뉴스

민주당 모 의원은 “조정식 사무총장, 김병기 사무부총장의 지역구 경쟁자를 자격심사에서 먼저 떨어뜨리면서 공천이 시작됐고 이재명 대표의 측근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하면서도 실력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인사들이 대거 출마입장을 냈으니 혁신공천이라는 이름으로 불출마나 컷오프, 감점 등에 반발이 일고 신뢰할 수 없게 되는 것”이라며 “당대표가 솔선수범해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2선으로 후퇴하는 등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당대표가 풀지 않고 계속 묻어두고 가면 결국 지난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비례연합정당 창당’ 결정과 같이 오랫동안 당내 분란만 확산시키면서 명분도 잃고 비판만 받는 결과를 낳게 된다”며 “대표가 수습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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