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앞 꽉 다물었던 “이재명 사당화”, 이제야 쏟아진다

2024-02-22 13:00:21 게재

“눌러뒀던 ‘이재명 리스크’ 현실화, 자업자득” ‘

하위 20%’ 의원, “사천” 언급하며 “총선 패배” 지적

‘총선 불출마’ 선언했던 이해찬 대표 소환되기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치자며 이 대표에 대한 비판과 체포동의안 통과를 비난했던 국회의원들이 ‘반명’ 발언들을 쏟아내고 있다. 공천을 앞두고는 입을 다물다가 ‘친명’에 의해 퇴출될 위기에 빠지자 같은 목소리로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일각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그러면서 4년 전 시스템공천을 만든 이해찬 당시 당대표는 여당인 가운데 공천을 주도한 탓도 있지만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했고 컷오프가 아닌 ‘감점’으로 하향조정해 경선에 참여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로 불만을 잠재웠다는 분석도 나왔다.

의총 향하는 안규백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전략공천관리위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리는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21일 박영순 민주당 의원은 스스로 선출직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하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당화된 민주당이 저를 죽이려 할지라도 결코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윤석열정권 심판의 길에서 친명과 비명을 나누고, 친명과 친문을 나누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의힘을 이롭게 하는 것이라며, 이재명 대표를 향해 못마땅한 시선을 가진 당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득해 왔다”며 “하지만 당 대표와 측근들은 ‘애시당초 우리 편이 아니면 다 적’이라는 식으로 밀실에서 공천학살과 자객 공천을 모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명계’ ‘친문계’ 의원들에 대한 대대적인 공천학살을 자행하면서도, 내부 분열은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다”며 “이재명 사당의 치욕스런 정치보복에 맞서 의연히 싸울 것”이라고 했다.

김한정 의원 역시 “공관위로부터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퍼센트에 속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갑자기 ‘육사생도 시절 남양주 행군 경험’을 내세운 비례의원이 나타났고 ‘김한정 비명’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김영주 의원에서부터 시작해 박용진 의원, 송갑석 의원, 윤영찬 의원 등 ‘하위 20%’를 자진신고한 6명은 모두 비명계나 반명계로 분류된 인사들이다.

특히 박 의원과 송 의원, 윤 의원은 ‘이재명 사당화’를 강도 높게 비판해 왔던 인물이다.

송 의원은 “친명과 비명의 지독한 프레임은 집요하고 거침이 없었다”며 “비명의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공언한 원외 친명 세력의 리더가 저의 지역구에서 사라지고 나니 남은 후보 중 한명의 후원회장으로 이재명 대표의 멘토라 불리는 사람이 투입됐다”고 했다. 공천 곳곳에 ‘이재명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음을 강조한 대목이다.

각 의원들은 입장문을 통해 스스로를 ‘이재명 사당화’의 피해자로 언급하면서 결과는 ‘총선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비명계 공천학살과 특정인 찍어내기 공천은 표적이 된 당사자에게만 악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며 “지금 일어나는 밀실, 사천, 저격 공천과 배제의 정치는 민주당을 근본적으로 파괴하는 것이며 저 윤석열정권에게 총선승리를 헌납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간다면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역사적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대참패를 맞이할지도 모른다”고도 했다.

애초 지도부에서는 경선에서 불리한 ‘하위 20% 통보 내용’을 당사자가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봤지만 우후죽순처럼 공개 반발이 나오면서 다소 당황해하는 모습이다. 여당이었던 4년 전엔 여당이라는 점에서 반발을 반감시킬 만한 수단이 있었고 당시 이해찬 당대표가 먼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불만을 선제적으로 막아냈다는 평가다. 현재는 야당인데다 ‘이재명 리스크’라는 큰 장애물이 버티고 있고 이재명 대표가 출마하면서 총선 후 당권 장악, 대권 재도전 의지도 강한 것으로 비쳐지면서 ‘사당화’논란이 빠르게 올라왔다. ‘하위 20% 평가’를 받은 의원들이‘책임전가’할 명분을 제공한 셈이 됐다는 얘기다.

특히 두드러진 의정활동을 했지만 이 대표의 사당화와 독주를 강도높게 지적해 왔던 박용진 의원의 ‘하위 10% 통보’가 전반적인 평가시스템의 문제로 읽혀지면서 이 대표의 ‘사천’ 논란까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공천을 앞두고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독주, 적극 지지층인 ‘개딸’ 용인 등의 행태에 제대로 반박을 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두둔하다가 자신들의 이해관계와 맞아떨어지면서 속에 있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면서 “민주당 의원들 안에는 이미 ‘사당화’ 등에 대한 비판의 마음이 있었던 것”이라고 했다. “눌러뒀던 이재명 리스크가 총선을 앞두고 확산되는 분위기인데 결국 자업자득 아니냐”고도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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