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코인 매매한다더니 잔고 ‘0’
피해자 고소, 경찰 수사착수
인공지능(AI)을 이용해 가상자산을 자동매매한 뒤 수익을 남겨주겠다는 서비스에 가입한 이들의 거래계정에 잔고가 ‘0’이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A씨 등 25명이 세계적인 가상자간거래소인 OKX 관계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고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접수했다”며 “사건을 배당해 수사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등은 M사에서 개발한 AI 자동매매 프로그램을 이용해 OKX에서 테더코인(USTD) 선물거래를 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거래소 계정에 잔고가 한푼도 남지 않았다. 누군가 계정을 해킹했는데 거래소와 서비스업체는 서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액만 23만달러가 넘는다.
테더코인이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과 같은 상승과 하락을 방지하도록 해 미화 1달러=1코인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A씨 등이 직접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닌 M사에 계정을 맡기고 M사의 AI봇이 자동으로 거래를 해 수익을 보는 형태다. A씨 등은 이익의 40%를 M사에 지급하고도 매달 7% 안팎의 수익을 봤다. 입소문을 타고 인터넷 등에서는 “M사 서비스로 이익을 봤다”는 경험담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성탄절을 시작으로 A씨 등 일부 회원들 계정에 누군가 접속해 테더코인 선물거래가 아닌 다른 코인에 대한 현물거래를 반복했다. 높은 가격에 해당 코인을 사들인 뒤 낮은 가격에 매도하면서 회원들 계정에는 잔고가 남지 않았다.
OKX측은 M사측에서 앱 관리를 소홀히 해 해킹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M사측은 OKX측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를 입은 B씨는“애초 M사가 선보상을 약속했지만 해당 텔레그램 대화방을 폐쇄한 뒤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며 “M사에게도 관리책임을 묻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M사의 AI 자동매매가 실존한다면 업계에 회자가 됐을텐데 이번 사건으로 처음 알게 됐다”며 “새로운 방식의 거래로 보이는데 피해자들의 수익률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가상자산 자동매매가 사실인지, 피해자들 손실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경찰 수사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