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악순환 고리’ 중국 실질금리 상승
중국이 기준금리로 활용하는 게 대출우대금리(LPR)다. 특히 5년 만기 LPR은 부동산 대출 기준금리로 통할 정도다. 지난 20일 5년 만기 LPR을 4.2%에서 3.95%로 인하한 조치를 부동산 부양으로 해석하는 이유다.
한번에 0.25%p나 내린 것은 최초다. 30년 만기 1억원 부동산담보의 경우 이자를 520만원 깎아준 셈이다. 지난해 이후 전국 범위에서 나온 884차례의 부양책 중 으뜸이다. 하지만 이번 금리인하로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지는 미지수다. 중국 부동산 대출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부동산 대출 잔액은 지난해 1년간 6300억위안 줄었다. 중국서 부동산 대출 잔액이 줄어들기는 사상 처음이다. 대출을 끼고 부동산을 사려는 수요가 줄어든 결과다. 게다가 인하한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시점도 내년부터다.
금리인하, 가계부채 부담 도움 줄지 미지수
중국은 2년 전부터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상태다. 대량의 자금방출에도 돈이 은행에만 머무르는 게 문제다. 2023년 말 기준 가계저축은 137조9000억위안 규모다. 지난해보다 16조7000억위안 늘었지만 1년 전에 비하면 감소세다. 가계자금도 은행에 발이 묶인 모양새다.
특히 중국은 국유은행 체제다. 지방정부와 국유기업을 상대로 영업하다 보니 시장금리를 중시하지 않은 편이다. 공공성 투자과잉으로 통화승수도 낮다. 통화정책의 효율 저하를 보여주는 지표가 과도한 부채다. 게다가 금융 시스템도 미비하다. 돈을 풀어도 실물경제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구조다.
중국에서 명목금리보다 중요한 게 바로 실질금리다. 물가를 반영하고 있어서다. 최근 중국의 소비자물가(CPI)와 생산자물가(PPI)는 물론 자산가격도 하락추세다. LPR에서 CPI를 뺀 실질 금리의 경우 4% 전후다. 2022년 8월 이후 지난해 말까지 3%p나 상승한 여파다. 가장 낮은 실질 금리인 10년물 국채수익률에서 CPI를 뺀 금리도 2.92%로 미국의 0.62%를 크게 웃돈다. 실질금리 상승은 통화정책을 긴축기조로 운영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위기의 신호나 다름 없다.
디플레이션을 해소하는 게 급선무지만 가격을 올릴 방법도 마땅치 않다. 올라간 실질금리가 기업과 가계의 투자와 소비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실질금리가 잠재성장률을 결정하는 중립금리보다 높으면 대출비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른바 실질금리 상승이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드는 셈이다. 거시경제 회복이나 기업 수지 개선에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과도한 부채도 디플레이션 요인이다. 부채가 수요를 억제하고 다시 가격을 낮추면 실질금리도 올라간다. 높은 실질금리는 다시 가격을 압박하는 이른바 악순환 구조인 셈이다. 실질금리 상승은 대출자의 채무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 채무와 디플레이션 악순환 고리를 끊지 않으면 금리정책도 소용없다는 결론이다. 채무와 디플레이션 악순환에서 빠져나오려면 금리를 더 낮춰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필요하면 양적 완화까지도 동원해야 한다.
중국의 과도한 채무는 기정사실이다. 정부의 노력으로 할 수 있는 조건은 가격을 올리는 조건뿐이다. 실질금리를 내려야 가격이 올라간다. 물론 실질금리 인하가 투자와 소비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금리를 마이너스로 낮추고도 아직 디플레이션 종료를 선언하지 못하는 일본 사례도 있다.
금융과 재정 시장화 개혁이 앞으로 과제
중국은 실질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한 경험도 있다. 2011년과 2015년, 그리고 2018년 3차례다. 지난 20년 통화정책 데이터를 봐도 실질금리를 잠재성장률보다 낮게 유지하는 황금률을 따르는 추세다.
앞으로의 과제는 금융과 재정의 시장화 개혁이다. 지준율 창구지도 등 정책수단보다는 상업은행의 독점을 해소하는 게 더 중요하다. 관치금융 시스템을 가진 나라에 주는 시사점이기도 하다.
현문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