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파병론’ 쪼개진 서방
미국 “우크라에 파병 안 해” … 러시아 경고 속 유럽 주요국도 파병설 선긋기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부대를 파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고 밝혔다. 팻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군인을 보낼 계획이 없다”며 “대통령은 이에 대해 매우 분명히 밝혀왔고, 계속 그것이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포함한 물적 지원을 하되, 직접 파병은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전투 병력이 아닌 훈련 등 다른 목적을 위한 파병이 가능할지에 대해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보내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은 (그것을) 매우 분명히 밝혀왔다”고 답했다.
밀러 대변인은 이어 “근본적으로 우리는 지금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가는 길은 미국 하원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안보 예산안 처리를 하원에 촉구했다.
이 같은 미국의 입장은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가 거론한 서방 일각의 파병 검토설에 대한 분명한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26일 자국 TV 연설에서 나토와 유럽연합(EU) 일부가 우크라이나에 파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어떤 것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러시아가 승리하지 못하도록 필요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말해 논란을 증폭시켰다.
파병설에 대해 러시아는 “파병시 러시아와 나토의 직접 충돌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히며 서방 국가들의 우크라이나 파병 논의 자체가 “매우 중요한 새로운 요소”라고 강조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유럽을 위해 더 합리적이고 안전한 생각을 하는 데 머리를 써야 한다”면서 마크롱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과 군수품을 공급하기 위한 새로운 연합을 만들겠다고 밝힌 것을 “자살 행위”라고 평가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에서 “프랑스 대통령은 부하나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고 조롱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의지와 상관없이 소변이 배출되는 요실금처럼 참지 못하고 말실수를 반복한다”고 힐난했다.
러시아의 강력히 경고 이후 나토는 물론이고 여러 유럽 국가가 파병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AP 통신에 “우크라이나에 나토 동맹의 전투 병력을 투입할 계획이 없다”고 일축한 뒤 “국제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가 있으며 우리는 그 권리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이날 “유럽이나 나토 국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군인을 보내지 않기로 한 합의는 미래에도 적용된다”고 말했고, 리시 수낵 영국 총리도 “우크라이나 군대를 지원하는 소수의 인력 외에 대규모 파병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총리실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유럽 또는 나토 군대가 우크라이나 영토에 주둔하는 것을 상정하지 않는다”고 밝혔고, 스페인 정부 대변인 역시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유럽군을 파병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토 최전선’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권도 파병에 선을 그었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V4(비세그라드 그룹) 총리 회의차 방문한 체코 프라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파병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고, 동석한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인도적·경제적 지원과 (함께) 군사 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다른 길을 열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