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쏟아내는 ‘공약들’

2024-02-28 13:00:12 게재

민주당 ‘속수무책’ 말폭탄만

“관권선거” “선대위원장이냐” 비판만

공천파동 속 정책·인물 등 두각 없어

윤 대통령, 총선 직전까지 민생 행보

'여당은 현금, 민주당은 어음' 평가도

윤석열 대통령이 쏟아내는 ‘대형 약속들’에 더불어민주당이 속수무책이다. 민주당이 ‘관권선거다’, ‘선대위원장이다’라며 강도높게 비판하면서도 눈에 띄는 정책이나 인물로 맞받아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에서는 공천 파동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다음달 중순이후 본선이 시작하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윤 대통령의 행보는 총선 직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고위 입장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28일 수도권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모 의원은 “지금은 민주당이 공천파동으로 공약 등으로 대응하기 어렵지만 다음달 중순부터는 본격적인 경쟁구도가 될 것”이라며 “본선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해 비판만 하기보다는 공약 등으로 경쟁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올해 들어 전국 순회 민생토론회를 이어가면서 대규모 약속들을 쏟아냈다.

지난 26일 윤 대통령은 15번째 민생토론회에서 군사시설보호구역 1억300만평을 해제하는 내용을 발표했다. 올 들어 수도권과 부산·대전·울산·경남 등을 돌았다. 지역을 순회하면서는 지역 전통시장을 챙겨 다니며 현지 목소리를 듣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 국방, 산업 클러스터, 청년 등을 주제로 7~8번 정도 민생 토론회가 준비되고 있다”며 “다음 달에는 그간 진행한 민생 토론회를 평가하고 정책화 여부 등 후속 조치를 점검하는 회의도 개최한다”고 했다. 한 주 두세번 정도 일정을 고려하면 민생토론회가 3월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총선 본선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는 ‘점검 회의’를 통해 ‘민생 챙기기’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등 야당은 민생토론회를 통해 선심성 정책을 발표하는 등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말이 좋아 민생 토론회지 정부·여당의 총선 공약을 홍보하는 불법적 관권 선거, 사전 선거운동의 현장”이라며 “윤 대통령은 본인을 여당 선대위원장으로, 정부와 공무원은 여당의 선거대책위원회 정도로 착각하고 있나”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을 향해 “국민의힘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이라도 되신 모양”이라며 “원래 하던 일도 아니고 선거에 임박해서 이렇게 요란하게 전국을 다니시는 이유를 짐작은 합니다만, 역대 어느 정권도 이러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정치 중립 위반,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는 공직선거법 위반 아닌가. 관권선거 아닌가”라며 “선거에 임박한 시기에 하는 온갖 전국 행사들이 저는 그런 위반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자중하셔야 한다”고도 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대표는 “정부 정책이 여당의 총선 승리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민생 경제를 챙겨야 하는데 선거에 도움을 주실 의도로 저희는 판단합니다만 평소 하지 않던 온갖 정책을 발표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여당의 총선 선거대책위원장이라고 불리는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야당의 비판이 힘을 얻지 못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은 당장 실행이 가능한 ‘현금’이지만 민주당의 공약은 현실화될 지를 가늠하기 어려운 ‘어음’이기 때문이다. 또 민주당의 당내 공천 파동이 확산되면서 다른 이슈들을 모두 잠재우는 ‘블랙홀’이 돼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주당 모 관계자는 “이번 선거에서는 정책이나 인물에서 도드라지기 어렵다”면서 “민주당은 정권심판론에 주력해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영입인재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인사나 파격적인 인사를 찾아내기 어렵다”며 “정책이든 인재든 민주당에서 내세울 게 없다”고 했다. 이개호 정책위 의장은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민주당이 오랫동안 준비해온 좋은 정책들을 꾸준히 내 놓고 있다”면서 “지금은 공천 때문에 가려있지만 조만간 경쟁력을 드러낼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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