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상장사 감사보수 5년간 75% 증가
경쟁부족, 감사기준 강화 영향
빅4 위주, 과도한 지배 지적도
영국 상장회사들의 회계감사 보수가 최근 5년간 75%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회계개혁 이후 기업에 대한 외부감사가 강화되면서 감사보수 상승 추세가 이어진 것과 비슷한 현상이 영국에서도 발생한 것이다. 다만 영국은 글로벌 대형회계법인이 빅4(Deloitte, EY, KPMG, PwC) 중심인 회계시장에서 중소형 회계법인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개혁에 나선 이후에도 빅4 중심의 시장 지배시스템은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26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상장회사에 대한 평균 감사 비용은 2018회계연도 당시 39만7000파운드(한화 6억7000만원)였지만 2023회계연도에서는 69만4000파운드(11억7000만원)로 급증했다. 중소상장기업 연합단체인 QCA는 2018년부터 2023년까지 감사보수를 분석한 결과다. 런던증권거래소 주요 시장에서 평균 감사 수수료는 73만3000파운드에서 128만파운드로 증가했으며, 중소기업 중심 시장인 ‘AIM’에서는 13만파운드에서 22만8300파운드로 늘었다. 소규모 애커스 거래소(Aquis Exchange)의 경우 수수료는 5만5000파운드에서 9만파운드로 증가했다. QCA는 보고서에서 영국 감사시장의 경쟁 부족, 추가 재무 보고 요구 사항 및 감사 표준 강화, 감사 부서의 수익성을 높이려는 회계법인 등의 요인이 감사보수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QCA 최고경영자(CEO)인 제임스 애쉬튼은 “경쟁적인 감사 입찰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것이 이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감사시장의 경쟁부족은 빅4가 FTSE100(런던증시에 상장된 상위 100개 기업) 기업의 98%, FTSE250 기업 감사의 84%를 차지하는 것과 연관이 크다.
소매업체 BHS, 아웃소싱 업체 Carillion 및 여행 그룹 Thomas Cook을 포함한 대형 상장기업의 잇따른 파산으로 드러난 부실감사 등으로 회계시장의 경쟁 강화 필요성이 커졌지만 빅4가 중소형 감사시장에서 이탈하면서 경쟁 부족문제가 심화됐다. 파산한 3곳에 대한 감사는 모두 빅4 중 한 곳이 담당했다.
빅4는 런던증권거래소 산하 Aim 시장에 상장된 기업을 포함해 소규모 기업의 감사업무를 꺼리면서 해당 기업들은 외부 감사인을 찾는데 있어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더 적어졌다.
영국 정부는 대형 상장사의 파산 이후 회계감사와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회계감독당국인 FRC가 부실 회계감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상장회사의 회계 및 공시기준 개선을 추진하면서 감사보수가 증가하게 됐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사람들은 5년 전 감사 수수료가 인위적으로 낮았으며 품질 개선을 위해 인상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중소형 회계법인의 감사품질을 높이려는 회계감사제도 개혁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에 대한 지정감사를 빅4만 맡을 수 있게 하는 등의 제도 보완 이후 빅4의 지정감사 비율은 지난해 51%로 전년 대비 7.7%p 증가했다. 반면 중소형 회계법인들의 비중은 56.7%에서 49%로 감소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