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품 줄었지만 AI 녹아든 기기·서비스 경쟁

2024-02-29 13:00:01 게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현장 가보니

갤럭시링, 샤오미 전기차 ‘눈길’ 스마트폰 PC 등 온디바이스 인공지능 물결

11만㎡(축구장 16배)에 달하는 공간은 전세계에서 모인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관심이 몰린 제품이나 체험형 부스의 경우 어김없이 긴 줄이 있었다. 8개 전시장 가운데 가장 뒤편에 있는 스타트업 공간(4YFN)에는 전세계 800여 기업이 투자기회를 얻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토론행사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29일(현지시간)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미래가 먼저다’(Future First)라는 주제로 열리는 올해 MWC는 눈에 띄는 신제품 공개는 줄었지만 이동통신사를 비롯한 IT기업들이 AI시대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행사였다. 통신회사와 스마트폰 업계를 중심으로 AI를 활용한 서비스나 AI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다양하게 선보였다.

샤오미는 MWC 전시장에 자사 첫 번째 전기차 ‘SU7’을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통신업계 기업에 따라 관심사 달라 = 행사 주최측인 이동통신업계의 경우 국가나 개별 기업에 따라 상당히 다른 고민을 드러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5G 도입이 빨랐던 국가의 경우 5G구축이나 5G활용서비스에 대한 내용보다는 AI시대 대응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뤘다.

SK텔레콤이 도이치텔레콤 이앤그룹 싱텔그룹 소프트뱅크 등과 ‘글로벌 텔코 AI 얼라이언스’(GTAA)를 구축해 통신산업 특화 AI거대언어모델(텔코 LLM)를 공동개발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도이치텔레콤 자회사인 T모바일은 전시관에서 ‘앱 프리 AI 스마트폰’ 컨셉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앱 프리 AI폰은 사용자 음성을 인식해 항공기 예약부터 선물 추천, 후기 확인까지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기능을 AI 비서가 해결해줬다. 회사측은 퀄컴과 협력해 스냅드래곤 8세대 3 기반으로 온디바이스(기기 내장형) AI를 통해 이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같이 최신 AI 이슈에 대응하는 전시물을 선보인 곳은 일부에 불과 했고 5G 구축을 본격화하고 있는 대부분 통신사들은 광대역 데이터 트래픽을 처리할 수 있는 5G 특성을 활용한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페인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는 관람객들이 VR기기와 조끼를 착용한 뒤 서로 공을 던져서 맞추는 게임 형태의 체험존을 마련했다. 또한 통신망을 활용해 물류 등 전통산업을 디지털혁신(DX)하는 내용도 선보였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MWC 2024에 참가 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 전시관을 꾸렸다.

◆삼성 맹추격하는 중국 스마트폰 = 통신업계와 함께 MWC 중심인 스마트폰 업계는 앞서가는 삼성전자를 화웨이 아너 샤오미 등 중국 기업들이 맹추격하는 양상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은 세계 스마트폰 업계가 삼성전자 애플 중국계 기업으로 재편된 후 계속되고 있는 흐름이다. 애플은 이번 MWC에 참여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전시공간을 올해 초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는 ‘온디바이스AI’ 스마트폰 갤럭시S24시리즈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하는 내용으로 채웠다. 특히 올해 하반기 출시가 예상되는 스마트 반지 ‘갤럭시링’ 실물을 공개해 관심을 받았다.

중국 스마트폰 기업 가운데는 삼성전자 전시관이 있는 3관에 자리한 아너와 샤오미가 유럽시장 공략을 목표로 AI 기능으로 무장한 스마트폰을 소개했다. 아너는 메타 라마2 기반의 거대언어모델(LLM) ‘매직LM’을 탑재한 온디바이스 AI폰 ‘매직6 프로’를 공개했다. 매직6 프로는 ‘아이 트래킹’으로 불리는 AI 시선추적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이다. 아이트래킹은 적외선을 활용해 안구에 반사되는 움직임을 AI 센서가 감지해 스마트폰을 제어하는 기술이다.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화를 걸거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회사 측은 이 기능을 통해 단말로 자동차 시동을 걸 수 있을 뿐 아니라 후진·전진 등도 원격 제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회사 차이나모바일이 선보인 오목 두는 로봇 모습.

샤오미는 자차 거대언어모델(LLM) ‘미(Mi)LM’을 탑재한 샤오미14 시리즈를 공개했다. 샤오미14 시리즈는 AI 사진 검색 기능과 실시간 음성 번역, AI 회의 기록, AI 사진 편집 등의 기능을 탑재했다. 독일 카메라 업체인 라이카와 협업해 고도화된 광학 기술을 탑재하고 AI를 접목해 사진 품질을 높여주는 기능도 장착했다. 한편 샤오미는 이번 MWC 전시장에 자사 첫 번째 전기차 ‘SU7’을 전시해 주목을 받았다.

업계에선 이번 MWC를 계기로 삼성과 중국 스마트폰 업체간 AI폰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애플은 아이폰16에서 ‘온디바이스AI’기능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AI폰 출하량은 올해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83% 증가하고 2027년 출하량이 5억2000만여대에 이를 전망이다.

아랍에미리트 통신회사 E&이 선보인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

◆10주년 맞은 ‘4YFN’ 행사장 북적 = MWC 전시관 가장 뒤편에 자리한 8관에서 진행되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행사 ‘4YFN’(4 Years from Now)에는 세계에서 모인 800여 기업이 열띤 투자유치 경쟁을 벌였다. 4YFN은 4년 후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스타트업이 세계 투자자와 기업 관계자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행사로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KICTA)에 따르면 4YFN 스타트업관 참가업체 800개사 가운데 한국 기업은 64개로 MWC 주최국 스페인(552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그 뒤로는 영국(48개) 중국(24개) 독일(23개) 순으로 참가업체가 많았다.

국내 참가업체는 2019년 83개로 최대를 기록한 후 코로나 대유행을 거치면서 지난해 50개로 줄었다가 올해 14개가 증가했다. 한편 올해 4YFN에 참가한 국내 스타트업들은 KICTA SK텔레콤 창업진흥원 한국무역협회 등의 지원을 받았다.

글·사진 바르셀로나(스페인) =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고성수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