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경제 활력, 재정분권에서 시작돼야
2024년 청룡의 해가 밝았다. 봄의 기운이 피어나듯 우리 삶도 피어나 지난해보다 나아지기를 모두 소망한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는 청룡열차 꼭대기에 서 있는 듯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은 약 2.9%로 지난해보다 낮은 성장세가 전망된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특히 대한민국은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와 높은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처럼 어려운 경제여건과 전례없는 세수감소에도 지방정부는 주민을 위해 행정서비스를 차질없이 제공하고 새로운 사업에도 투자해야 한다.
외부재원 유치해 본예산 1조원 시대 열어
관악구는 전체 예산 중 사회복지분야만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필수경비 비중이 커서 가용예산이 부족하다. 또한 재정분권이 이뤄지지 않아 세입기반 확충에도 어려움이 있다. 지난해 관악구 재정자립도는 약 19.9%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2위다. 충분한 외부재원 확보는 지역 발전의 선결 과제다. 이에 관악구는 민선 7기부터 외부재원 유치를 전담하는 대외정책팀을 운영해오고 있다. 전 부서와 함께 총력을 기울인 결과 민선 8기 총 1150억원 규모 외부재원을 유치했고 올해 ‘본예산 기준 1조원 시대’를 열었다.
구 행정에서 모든 분야가 중요하겠지만 단연 일자리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이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많아지면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모이면 주변 상권과 주택시장이 활성화되어 선순환 지역 경제가 발전한다.
관악구는 청년인구 비율이 41%로 전국 1위이며 노인인구도 17%로 타 지역 대비 많다.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면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꿈꿀 수 있고 어르신들은 여유로운 노후를 누릴 수 있다. 올해는 1만1750개 일자리 창출이 목표다. 지난해 서울시 자치구 중 최대 규모의 동행 일자리를 제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구에서 직접 나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도 전폭 지원할 것이다.
‘관악S밸리’로 지역경제 시스템 구축
그러나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서는 혁신적인 지역 경제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 그 열쇠는 바로 대학 기업 지역이 상생하는 세계적인 창업 중심지 ‘관악S밸리’ 조성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에 실리콘밸리, 중국에 중관촌이 있다면 한국에는 관악S밸리가 있다”라는 말을 듣는 것이 구청장으로서의 꿈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인재가 모이는 서울대학교와 함께 ‘낙성벤처밸리’ ‘신림창업밸리’ 두축으로 ‘관악S밸리’를 조성 중이다. 창업 인프라 구축, 투자 연계, 역량 강화 등 다방면에서 기업의 성장을 지원한 결과 현재 민간 창업기업까지 포함해 500여개 기업과 3000여명 창업가가 활동한다.
관악S밸리는 세계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전자·정보통신박람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4)에 자치구 최초로 전시에 참가하는 영예를 안았다. 관악S밸리 입주 기업은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봤을 것이다.
지속되는 고물가와 고금리로 힘들게 생활하는 서민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참 아프다. 경제구청장이 되어 서민이 체감하는 따뜻한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하고, 청년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청년문화 수도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국세의 지방이양이 우선되어야 지자체의 취약점 보완과 지역 특화 사업에 투자 가능한 예산 확보가 가능하다. 지방자치는 재정분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