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걱정 지자체들 ‘아이돌봄에 진심’

2024-03-04 13:00:16 게재

24시간 돌봄, 영아교육과 신설

연령·소득 묻지 않고 보편 지원

어린이집 식판세척까지도 해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다양한 돌봄 정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돌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저출생 극복이 어렵다는 절박함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이다.

4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국 지자체들은 ‘아이 돌봄’을 지역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출생률을 높이기 위한 중요한 과제로 보고 파격적인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최근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한 경북도는 정부의 늘봄학교를 넘어 온종일 돌봄을 위한 정책들을 쏟아냈다. 우선 지역 돌봄 기관과 연계해 학교 밖 거점형 돌봄센터를 마련, 늘봄학교 초과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현재 3개 시·군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는 ‘24시간 어린이집’과 ‘아픈 아이 긴급 돌봄센터’는 모든 시·군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응급처치 편의점 지정·운영도 기발한 정책이다. 경북도는 양육공백을 메워줄 돌보미도 연간 2500명씩 양성하기로 했다. 그 중 한가지 방안이 지역 대학과 연계해 가칭 ‘영아교육과’를 만드는 일이다. 지역에 정착하려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도 제공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정책이다.

서울시는 손자녀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월 30만원씩 지원하는 아이돌봄비의 소득 기준을 폐지할 계획이다. 현재는 중위소득 150% 이하에만 적용되는 지원인데, 서울 맞벌이 가구들은 이 구간을 넘는 경우가 많아 혜택을 받는 가구가 많지 않다. 이를 위해 시는 조만간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위원회와 사전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광주시도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일환으로 돌봄 정책을 추진하며 보편주의 원칙을 세웠다. 무엇보다 연령 소득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초지자체들도 적극적이다. 강원 화천군은 216억원을 들여 종합 돌봄 시설 ‘화천커뮤니티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은 공연장 실내놀이터 파티룸 체육관 창의교육실 장난감대여소 등 돌봄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췄다. 고학년 아이들을 위한 진로진학상담실과 스터디카페도 있다.

경기 이천시도 365일 24시간 연중무휴 아이돌봄서비스를 다음달부터 시범 실시한다. 이천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부산 남구의 어린이집 식판 세척·소독 지원사업도 눈에 띈다. 지역의 113곳 모든 어린이집 식판 세척을 자치구가 담당, 아이들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하는 맞벌이 부모들의 급식위생 걱정을 들어주자고 시작한 사업이다. 일상의 사소한 부분까지 돌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한 사업인데, 지금은 부산 남구의 돌봄 정책을 상징하는 정책이 됐다. 또 다른 지자체들도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뿐만 아니라 지역 교육청도 공적 돌봄 확대에 적극적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 서구 루원지웰시티푸르지오 상가 2층에 서부 거점형 늘봄센터 문을 열었다. 인근 과밀학교에서 발생하는 돌봄교실 공간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학교 밖에 돌봄공간을 마련한 것이다. 센터는 개학일인 4일부터 학생 60여명을 대상으로 방과후 차량이동 지원을 비롯한 각종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동안 지자체들이 돌봄에 들인 공은 상당하다.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미 성과가 검증돼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사업도 적지 않다. 서울 중구는 지난 2019년 전국 최초로 ‘서울 중구형 학교돌봄’ 교실을 시작했다. 맞벌이 부부를 위해 저녁 7시까지 학교에서 아이들을 돌보도록 한 것이다. 4일 정부가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시작한 늘봄학교의 전신인 셈이다. 서울 노원구가 지난 2019년 시작한 ‘아픈 아이 병원동행 서비스’도 서울은 물론 전국 지자체로 확산 중이다. 학교 밖 방과후돌봄 시설은 전국 대부분 지자체에서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한편 정부는 4일부터 전국 2741개 초등학교에서 방과후교실과 돌봄교실을 통합한 늘봄학교 사업을 시행한다. 기존 돌봄교실은 맞벌이 등 신청 우선순위를 따지거나 추첨을 통해 대상 아동을 선발했지만, 늘봄학교는 올해 초등학교 1학년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 정부는 2학기부터는 늘봄학교를 6000여개에 이르는 전국 모든 초등학교에서 시행토록 할 계획이다. 또 2026년에는 대상을 초등 1학년에서 6학년까지 전 학년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방국진·최세호·곽재우·이제형·곽태영

김신일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