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5G 요금제 다양화의 의미와 효과

2024-03-05 13:00:01 게재

이동통신시장의 5G 요금제 다양화 경쟁이 올해에도 쉼없이 이어지고 있다. 데이터 평균사용량에 맞는 요금제가 없다는 지적에 따라 2022~2023년 동안 소위 중간요금제라고 불리는 데이터 제공량 20~100기가바이트(GB) 사이 요금제가 앞다투어 출시됐다. 최근에는 소량구간 요금제를 더욱 세분화해 5G 요금제 최초로 3만원대 요금제까지 나왔다. 그러나 3만원대 5G 요금제 경우 생색내기 요금제로 통신비 인하효과가 거의 없다는 일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5G 요금 최저구간이 너무 높다는 지적과 이용자 선택권 제고를 위해 3만원대 5G 요금제가 꼭 필요하다던 여론에 비춰보면 막상 출시된 3만원대 요금제의 실효성 논란은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국내 5G 이용자의 월 평균 데이터 이용량이 28GB에 달하는 점을 고려할 때 4GB 수준 저가요금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부정적 평가의 주요 논리다. 그러나 이는 ‘평균의 함정’에 빠진 주장이다. 평균이 28GB라는 뜻은 4GB 이하 소량 이용자와 수백GB 데이터를 소비하는 ‘헤비’ 이용자 등 수천만 이용자 사용량의 단순 산술평균일 뿐이다. 단순 평균만으로 요금제 효용성을 평가한다면 요금제는 평균에 해당하는 28GB 요금제 1종만 있으면 된다. 이용자들이 많은 무제한 요금제도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과도 같다. 게다가 이미 통신사들은 평균사용량을 충족하는 20~30GB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저가요금제 통신비 절감효과 뚜렷

평균의 함정에서 벗어나면 저가요금제의 장점이 보인다. 5G 가입자 3300만명 가운데 10%인 330만명이 데이터 소량 이용자라고 가정한다면 해당 이용자가 기존 최저가인 4만원대 요금제에서 새로운 3만원대 요금제를 이용한다면 통신비 절감효과가 1만원 정도 발생한다. 330만명이면 한달 330억원, 1년이면 3960억원의 통신비를 아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에 따르면 상위 10% 이용자가 트래픽의 40%를 점유하는 등 통신서비스에도 20:80 파레토가 적용되고 있다. 전체 이용자의 데이터 이용 분포가 평균 28GB를 중심으로 한 정규분포가 아니라 소량 이용자 비중에 편중된 형태를 띄는 점을 고려하면 저가요금제 출시로 인한 요금제 다양화와 통신비 절감 효과는 생각보다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또한 5G 저가 요금제 출시는 산술적인 통신비 절감 외에도 LTE 가입자의 5G 서비스로의 전환 촉진 효과, 청년·어르신 등 전체 5G 요금제의 연쇄적 인하 효과 등 사업자 간의 자율적 요금경쟁을 촉진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LTE 3만~4만원대 요금제는 1~3GB 수준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5G 3만원대 요금제는 4GB 수준을 제공한다.

이 때문에 이 요금제가 확대되면 5G 서비스 확대, 시장경쟁 확대, 통신비 절감효과 등 시장 전체에도 긍정적 파급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싼값에 더 많이 이용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고 통신사의 저가 요금제가 눈에 차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통신요금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통신요금이 상대적으로 다양하고 선택권도 훨씬 많다.

요금 적정성, 자율 경쟁 촉진으로 가능

이론적으로 5G 요금의 적정성은 시장 내에서 자율적인 경쟁이 촉진됨으로써 달성할 수 있다. 통신사들이 보다 다양하고 이용자에게 유리한 요금제들을 경쟁적으로 출시해 개선할 수 있도록 합리적 평가에 바탕한 건설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곽정호 호서대 교수 빅데이터AI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