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수시 합격생 릴레이 인터뷰
고려대 신소재공학부 안서영
“과학의 벽 넘어 <물리학 Ⅱ> 이수 포기 않았기에 진로·대입 잡았죠”
인생의 즐거움으로 ‘노력을 통해 발전하는 것, 주변 사람들과 웃으며 시간을 보내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을 꼽은 서영씨는 고교 시절 내내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며 성장했고, 공동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고교 생활 중 가장 잘한 일이 ‘포기하지 않은 것’이었다.
어느 때보다 열심히 공부한 고2 1학기에 성적이 크게 떨어졌을 때도, 수능 최저 학력 기준을 맞추지 못할 것 같아 면접에 불참하고 싶었던 때도 포기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의 격려로 심기일전해 수능 이틀 후 있었던 면접 준비에 최선을 다했고 결국 합격했다.
발목 잡은 과탐Ⅰ, ‘예습+계획’ 콤보로 성적 UP
고교 입학 후 희망 진로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고민이 컸다. 특별한 꿈이 없었고 경험도 부족하고 공부한 내용도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연히 우공이 산을 옮긴다는 뜻의 고사성어 ‘우공이산’을 접하고 우공이라는 노인이 보여준 의지를 본받아 꾸준히 노력해보기로 결심했다.
“영어 실력이 부족하다고 느껴 1학년 때 영자신문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이 무렵 <통합과학>을 배우며 화학 분야에 흥미를 느꼈는데 영어 지문에는 과학에 대한 내용도 많아 화학 분야 카드 뉴스를 만드는 등 영어 공부를 하면서 화학 지식도 확장했죠. 그러다 깊이 있는 실험을 해보고 싶어 2학년 때는 화학 동아리에 들어갔어요. 시험을 못 보면 문제점을 찾아 보완하는 등 항상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안점을 뒀어요.”
모교인 서울 예일여고는 과학중점학교다. 과학중점학급을 지원해 입학한 학생들로 두 반이 꾸려졌고, 일반학급 학생들은 1학년 2학기에 희망자에 한해 과학중점과정에 새로 진입할 수 있었다. 고민 끝에 진입하지 않았다.
“시험을 치러보니 내신을 받기가 만만치 않더라고요. 선행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학탐구Ⅱ 4과목을 모두 공부한다는 데 부담을 느꼈어요. 대신 고3 때는 관심 있었던 <화학Ⅱ>에 더해 <물리학Ⅱ>를 선택했어요. 고2 때 본격적으로 배우면서 흥미를 느낀 <물리학Ⅰ>을 더 깊게 공부하고 싶었거든요. 진로선택 과목이라 성적 부담이 적고, 물리를 배우면서 화학과 진로에서 공학 계열로 확장한 점도 의미가 있었죠. 물리에 흥미를 느끼게 된 데는 김상욱 교수님이나 과학 유튜버 궤도 등 대중적으로 과학을 소개하는 분들의 영향도 컸어요. 틈틈이 본 과학 영상이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됐어요.”
모교는 과학중점과정을 이수하지 않아도 자연 계열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과학탐구Ⅰ 4과목 모두 들어야 했다. 과학 선행 없이 입학했기에 개념부터 문제 풀이까지 어려움을 느꼈다. 시간이 부족해 국어 수학에도 영향을 미쳤다. 고2 1학기엔 잠도 줄여가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성적이 크게 하락했다.
“고2 1학기 성적을 받고 여름방학 때 인강으로 2학기에 배울 <물리학Ⅰ> <화학Ⅰ>을 미리 공부했어요.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어려운 단원의 개념 위주로 수강했는데 그 정도만 공부해도 자신감을 얻는 데 도움이 됐어요.”
시험 계획을 짜는 데도 공을 들였다. 2학년 1학기까진 하루 계획만 짰는데, 공부할 내용과 과목이 많아지면서 공부 시간 분배에 어려움을 겪었다.
“시험 직전엔 공부가 마무리되었다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2학기부터는 첫 주는 개념 잡기, 둘째 주는 완자 문제집 풀기 등 주 단위의 큰 계획을 하루 계획과 함께 세웠습니다.”
다행히 고2 1학기 때 2, 3등급을 받았던 주요 과목들도 2학기에는 대부분 1등급을 받았다.
포기하지 않는 학급 목표로 ‘학급 온라인 독서실’ 운영
학급 회장을 맡으며 남다른 리더십으로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의 신뢰를 얻었고 ‘공동체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남’ ‘친구들의 등불’ 등이라는 평가가 학생부에 담겼다.
특히 ‘학급 온라인 독서실’을 기획한 일이 기억에 남는다고. 구글 미트를 이용해 비디오를 켜두고 오디오는 끈 상태로 원하는 친구들이 함께 공부하는 방식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격주로 학교를 가는 상황이었어요. 안정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좋은 자극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일반학급은 시험에서 반 평균으로 과학중점학급을 앞선 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공부하기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반 친구들과 격려를 주고받으며 노력한 결과 목표했던 두 과목에서 과학중점학급을 앞섰다.
“ ‘한번도 없었다면 우리가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어요. 친구들이 비교적 자신감을 드러냈던 <문학> <한국사> 위주로 도전해보자고 제안했죠. 과학중점학급의 평균이 높은 이유는 소위 ‘포기하는 학생’이 없어서라는 생각을 했고, 멘토 멘티 제도를 만들어 우리 반에 포기하는 친구가 없도록 했어요. 열심히 정리한 교과 필기와 기출, 각자 만든 예상 문제 등을 학급 톡방에 공유하며 반 전체가 노력해서 얻은 쾌거였습니다.”
입시도 끝까지! 불안에 지레 포기말길
수능을 보면서 시간이 부족해 표기한 답을 제대로 적어오지 못했다. 기억나는 대로 채점했지만 입시 기관마다 발표한 등급 컷이 달랐고 최저 기준을 못 맞출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앞섰다.
“의욕이 없고 면접에 응시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여태까지 잘해왔으니 한 번만 더 힘을 내라’고 격려해주던 선생님, 부모님, 친구들을 생각해 겨우 힘을 내 면접에 응시했습니다.”
서울대 일반전형 화학과, 포스텍 일반전형Ⅱ, 연세대 활동우수형 화학과, 고려대 계열적합형 화학과, 고려대 학교추천형 신소재공학과, 성균관대 학교추천형 공학 계열에 지원해, 고려대 신소재공학부와 연세대 화학과에 합격했다. 둘 다 흥미를 느끼는 분야였지만 취업 등을 고려해 공학 계열인 고려대 신소재공학부를 최종 선택했다. 고려대 학교추천형은 면접이 없는 전형이었고, 면접 대상자가 된 연세대 활동우수형과 포스텍 일반형Ⅱ는 모두 응시했다.
“연세대는 비대면 녹화 면접이었어요. 태블릿PC에 보이는 내 모습을 보며 답변하는 형태라 크게 긴장되진 않았어요. 다만 피드백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니 ‘지금 답변을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면접 전, 담임 선생님께서 연세대 기출문제와 면접 형태를 알려주셔서 태블릿PC 앞에서 혼자 연습했었죠. 포스텍은 학생부에 대한 질문도 있었고 제시문 기반 면접도 있었어요. DNA 데이터 저장 기술에 관한 질문을 받았는데, 내용을 아는지 묻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응용할 것인지 묻더라고요. 개인의 창의적 생각을 물어 질문 자체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면접에서 배운 것도 많아요. 최저 기준 미충족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추스르지 않았다면 면접에서 최선을 다하진 못했을 거에요. 면접을 포기하지 않은 건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후배 여러분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수험 생활을 하길 응원할게요.”
취재 김민정 리포터 mj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