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구미형’ 인구정책에 거는 기대

2024-03-11 13:00:11 게재

전쟁이 이슈다. TV에서는 대하드라마 ‘고려거란전쟁’이, 영화판에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건국전쟁’이 화제를 모았다.

현실에서는 저출생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역대 최저인 0.6명대로 떨어졌다. 발표될 때마다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는 출산율이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아니 6·25전쟁 중이던 1951년에도 신생아가 50만명이었다는데 지난해 신생아수는 23만명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먹고사는 게 걱정이었던 전쟁 때보다 출산이 적은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기초지자체로는 드문'인구청년'과 운영

저출생은 중앙 지방 따질 것 없이 국가의 존망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다. 구미시는 20년 전만 하더라도 평균 연령 30세로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였다. 2014년 35.1세, 2024년 41.2세로 점점 올라가더니 이젠 저출생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를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절박한 국면을 반전시키기 위해 구미시는 '인구청년과'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저출생에 대응하고 있다. 출산 육아 교육 부담을 덜어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미형 인구정책에 사활을 걸고, 저출생 대책 태스크포스도 출범했다.

구미시의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보육 의료 정책이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개소한 ‘365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야간 주말에도 아픈 아이를 진료하는 시스템을 갖춰 맞벌이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일터의 부모를 대신해 아픈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고 돌보는 ‘아픈 아이 돌봄센터’를 비롯해 초등학교 저학년을 밤 12시까지 돌봐주는 ‘24시 마을돌봄터’와 ‘야간연장 어린이집’도 돌봄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3월에는‘구미형 신생아집중치료센터’도 문을 열었다. 고령 산모 증가와 난임 치료 등으로 늘고 있는 고위험 신생아에게 대학부속병원과 협력해 안정적인 진료를 제공할 계획이다.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가 저출산대책 핵심

결국은 아이키우기 좋은 도시가 저출생 대책의 핵심이다. 지방의 이러한 정주여건 노력에 더해 국가가 과감하게 도와줘야 한다. 수도권 규제를 풀어 단기간에 경제를 살릴 것이 아니라 지방의 아이키우기 좋은 여건을 적극 지원하고, 수도권 기업의 지방이전을 촉진해 지방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청년층이 출산을 꺼리는 것은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수도권 집값과 긴 통근시간, 고용, 물가 등으로 결혼은 물론 출산은 더욱 엄두도 못 내는 상황이다.

단기간의 경기활성화를 위해 수도권의 규제를 풀 것이 아니라 장기적 안목으로 기업이 스스로 지방으로 내려오도록 정책 전환을 해주어야 한다. 윤석열정부가 추진하는 기업발전특구 교육특구에 더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공공기관 이전도 더 과감하게 해야 한다. 수도권 과밀 문제를 안고 있었던 선진국 프랑스는 1960년대부터 강력한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합계출산율 1.8명대로 올랐다. 우리의 0.6명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지방에서도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인프라가 갖춰진다면 저출생과 지방 소멸이라는 두개의 난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은 세계적인 글로벌 국제도시로, 지방은 경쟁력을 갖춘 살기 좋은 도시로 가는 것이 저출생을 막고 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는 대한민국 미래 희망이다.

김장호 구미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