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세계 한국인의 연결고리, 우리 문화유산
“지은아 여기가 빨강색이고 여기는 파랑이야.” 그냥 옆에 검정으로 줄만 그리는 나를 보고 “지은아 3개, 4개, 5개, 6개 이렇게 그려야지”라고 엄마는 하나씩 알려주셨다. 폴란드의 빨간색 하얀색 국기보다 훨씬 더 복잡하다고 투덜대면 “이건 꼭 알아야 돼. 넌 한국 사람이니까”라고 하셨다.
3살 때부터 폴란드에서 자라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은 늘 고민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한국으로 온 이유도 ‘한국’이라는 곳을 직접 더 알고 싶어서였다.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면서 ‘문화유산회복재단’을 알게 되었고, 재단 활동을 통해 문화유산이 한국인의 기본이자 연결고리임을 더 깊게 느끼게 되었다.
문화유산 회복에 재외동포 협력 중요
외국에서 환수한 조선시대 목판 등 문화유산을 가지고 초등학생들과 실감 교육을 하는 것도 계승의 일부다. 문화유산 실감 교육을 통해 아이들과 소통하고, 그 아이들은 이 경험을 토대로 세계시민으로 어떻게 각국에 있는 한국 사람들과 연결이 되며 더 큰 꿈을 펼칠 수 있는지 얘기를 나누는 것 또한 문화유산에 의한 세대 간의 연결이다.
미국 박물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큐레이터를 만났더니 한국 담당 큐레이터가 너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하소연한다. 이 사실을 전주대 역사문화콘텐츠학과에서 특강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공부하고 활동하면 될지 조언했다. 우리의 뿌리인 문화유산은 이렇게 전세계에 있는 한국인들을 다양한 방식으로도 연결해준다.
또한 다른 국가들과도 연결이 된다. 재단을 통해 환수한 문화유산은 일본 미국 덴마크 독일 프랑스와 같이 전세계에 흩어져 있었다. 이 과정에서 동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산을 직접 수집·환수하고 개인 소장자들과 재단을 연결해주시는 분들도 있다. 현지에서 조사 등 활동을 할 때 통역과 현지 적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유네스코는 세계유산을 지정하며 계승이 되도록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전쟁 중에도 문화유산이 보호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세계 대부분이 문화유산의 피해를 입었다. 아프리카 대륙 경우 90% 이상의 유산이 외국에 있다. 이를 회복하려면 피해 국가들간의 공동 노력과 소통이 필요하다.
2021년 발의된 관련 법률 제정 시급
한국의 현재 재외동포는 700만 이상이다. 중국 인도 등에 이어 세계 5번째 재외 국민 국가다. 동포들의 도전과 헌신, 그리고 한국을 대표하는 활약 덕분에 재외동포 사회가 굳건해지고 한국의 국제위상도 높아졌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 문화 확산이 더욱더 펼쳐지고 있다.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들과 필자와 같은 재외동포 후세대들은 K-한류로 입문을 하지만 문화의 원천인 역사문화유산의 가치발굴과 확산이 더 필요하다.
수많은 문화유산이 국외로 반출돼 현재 29개 국가에 약 25만점이 있다. 외국에 있는 우리 문화유산이 보존되고, 환수 및 가치를 활용할 수 있게 ‘국외소재문화유산의 보호 및 환수·활용에 관한 법률’이 2021년 발의됐지만 아직까지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5월부터 실행이 되는 ‘국가유산기본법’에는 국외소재 문화유산에 관한 내용이 언급이 되지 않아 하루 빨리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외 한국인들은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가치를 활용할 수 있다. 전세계의 한국인들이 105주년 3.1절을 맞이하면서 우리의 연결고리인 문화유산을 잊지 않고 함께 활약을 펼치자고 다짐하면 좋겠다.
남지은 문화유산회복재단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