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고발 난무하는 의-정사태
의협 ‘허위게시물’ 법적조치
‘전공의 집단사직’과 관련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각종 게시물과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가 인터넷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 7일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전공의 집단행동에 불참하는 명단을 작성하고 유포하라는 지침이 담긴 문서가 올라오면서 논란이 벌어졌다. 이 문서에는 대한의사협회 회장 직인까지 찍혀 있지만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는 허위 문서라고 밝힌 상태다.
◆‘자료삭제’ 게시글 의사, 경찰 조사 = 조지호 서울경찰청장은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압수수색 배경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의사와 의대생 전용 인터넷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 ‘전공의들은 사직하기 전 병원 자료를 삭제하라’는 글을 올린 현직 의사도 지난 9일 서울 강남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달 22일 메디스태프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여 작성자를 추적해 왔다.
◆의협, 검경에 고소·고발 = 의협을 둘러싼 잇단 의혹에 의협도 고발 카드로 역공에 나섰다.
의협은 의사집회에 제약회사 직원이 동원됐다는 인터넷 게시물에 대해 허위라며 지난 5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작성자를 고소하기도 했다. 11일에는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나가 고소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도 했다.
주 위원장은 “의사협회나 의협 산하 단체에서 조직적으로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회원 중 누구라도 강요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강력하게 징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돌연변이 한두명 때문에 의사 조직 전체가 매도당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다”며 조직적 차원이 아닌 개인적 일탈이라고 강조했다.
의협은 또 ‘전공의 블랙리스트 문건’을 허위로 작성·유포한 인물을 수사해달라며 검찰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의협 비대위는 11일 주 위원장 명의로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최초 게시글을 유포한 성명 불상자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비대위를 대리하는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변호사는 “완벽히 허위이자 위조 공문”이라며 “가짜뉴스를 통해 여론을 호도하고자 하는 악의가 있어 신원 파악과 엄정한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문서는 전혀 생성된 적이 없고 협회장이 도장을 찍은 적도 없다. 지침을 하달한 적도 없다”며 “이 사태를 굉장히 위중하게 보고 (경찰이 아닌) 검찰 고발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자신을 의사협회 관계자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지난 7일 ‘의협 내부 문서’라며 직인이 찍힌 문서를 게시했다.
해당 문서에는 ‘집단행동 불참 인원 명단 작성 및 유포. 개인이 특정되는 정보는 블러 처리함’ ‘자세한 방법은 텔레그램을 통해 개별 고지’ 등의 내용이 담겨 ‘블랙리스트’ 논란이 일었다.
오승완 장세풍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