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일몰돼야 한다

2024-03-14 13:00:00 게재

플라스틱은 석유화학제품인 합성수지와 생산된 소재·제품을 모두 망라한다. 생활용품부터 건축 전기·전자 자동차 우주항공산업까지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된다.

현대는 플라스틱시대(plastics age)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농업용 플라스틱 필름이 보급되면서 겨울에도 녹색채소를 재배할 수 있게 되어 플라스틱은 ‘백색혁명’으로 각광받았다. 그러나 사용이 끝난 농업용 필름과 농약병 등 농촌폐기물이 문제가 돼 1979년 한국자원재생공사(현 한국환경공단)를 설립한다. 공사를 운영하기 위한 비용으로 석유화학사업자를 폐기물 발생 원인자로 규정하고 부담금을 부과했다.

1993년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원인자부담금은 합성수지부담금으로 편입된다. 2023년 환경부는 부과대상을 합성수지(원료)에서 플라스틱(제품)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30여 석유화학기업이 부담하던 것을 2만여 플라스틱기업이 납부하게 되었다.

플라스틱 중소제조기업은 플라스틱이 ‘폐기물관리법’에 정한 폐기물이 아니라 순환이용이 가능한 자원이며, 중소기업은 ‘넛크래커’로 부담금을 납품단가에 반영할 수 없으며, 사실상 석유화학산업이 원인자이므로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 및 폐지를 건의해왔다. 환경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 2024년 현재 폐기물부담금 요율은 합성수지 투입량 kg당 150원이나 폐기물부담금산정지수(1.3625)를 곱하면 kg당 204원으로 제품가격의 3~5%를 차지한다.

플라스틱은 더 이상 폐기물 아닌 자원

플라스틱에 대한 환경규제는 크게 1회용품 사용금지, 생산자책임재활용(EPR), 폐기물부담금으로 구분된다. 환경부는 2003년 합성수지 재질 포장재를 시작으로 플라스틱을 생산자책임재활용(EPR)으로 전환했다. 2023년에는 폐기물부담금 부과대상 품목 조정으로 폐기물부담금 부과대상 기업 수가 대폭 축소되었다. 따라서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하는 제조업자수는 1000개 미만으로 총 2만6000개 사업자의 4%가 되지 않는 것으로 추산된다. 부과징수액도 연간 80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플라스틱 폐기물 연간배출량은 약 1000만톤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내 폐기물 처리비용은 연간 15조원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폐기물부담금은 처리비용의 0.5%에 불과하다. 그외는 ‘환경개선특별회계’로 편입되어 사실상 직접 처리비용으로 사용되지도 않는다.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목적인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그 폐기물의 처리에 드는 비용을 마련한다’는 취지에 부합되지 않는 셈이다.

최근 탄소중립 대응의 일환으로 글로벌 석유화학기업들은 폐플라스틱을 분해해 다시 원료로 만드는 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화학적 재활용을 위해서는 대량의 폐플라스틱이 필요한데 국내에서 조달할 수 없어 해외에서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한다. 플라스틱은 더 이상 폐기물이 아니라 소중한 순환자원이다.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 제도가 시행된 지 40여년이 지나 그 효용이 종료되어 일몰되어야 한다.

준조세 부담금, 중소제조업 목줄 죄

제도 시행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부담금이 폐기물 처리비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도 않다. 게다가 환경공단도 영농폐기물 수거사업을 민간에 이양한 지 오래다.

무엇보다도 법인세를 초과하는 준조세로서 가뜩이나 어려운 중소 제조기업의 목줄을 죄고 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플라스틱 폐기물부담금을 즉시 일몰시켜야 한다.

조원택 한국플라스틱협동조합연합회 전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