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정치에 포위된 세계경제의 미래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중국 시진핑 주석의 권력에 대한 갈구가 중국경제를 망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지난 11일 끝난 양회(兩會)에서 중국정부는 ‘새로운 질적 생산력’이라는 슬로건 하에 현재 부동산 부채에만 의존하고 있는 중국경제를 녹색에너지, AI, 디지털 서비스와 같은 생산성 높은 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중국경제는 올해 당장 연 5%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지난 1월 중국 소비자물가지수가 0.8%나 떨어진 심각한 디플레이션 상황을 고려하면 중국정부가 2024년 목표로 제시한 연 3%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달성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또한 중국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부문 경제의 분발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부동산 침체로 인해 민간투자는 사실상 기대할 수 없다. 또 중국정부의 도 넘는 시장개입을 떠올려 보면 해외로부터의 신규투자를 유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설상가상 어려운 경제 사정 속에서도 중국 국방비는 전년 대비 7.2%나 무리하게 인상되는 등 나날이 시 주석이 이끄는 정부에 모든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고 있어 가뜩이나 힘겨운 중국경제는 앞으로 정치로 인해 더욱 위태로워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세계경제 G2 미·중 모두 정치가 경제 불확실성 높여
정치가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강대국인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와 바이든, 전·현직 미 대통령 간의 ‘리턴매치’가 일찌감치 확정된 미국에서는 후보들의 고령과 건강, 트럼프 후보의 사법 리스크 외에도 미국 재정적자 문제에 대한 두 후보의 서로 다른 해법이 장차 미국경제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새로운 트리거로 주목받는다.
미국의 국가채무는 2018년 이후 60%나 늘어 현재 35조달러에 육박했으며, 그 증가 속도는 100일마다 1조달러 꼴로 늘고 있을 만큼 폭발적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에 의하면 현재 GDP의 99%에 이르는 연방정부 부채는 2034년에는 116%까지 증가할 수 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대기업과 부자를 대상으로 앞으로 10년간 4조9000억달러를 증세하고 법인세율 역시 현행 15%에서 21%로 대폭 올리지만 연 소득 40만달러 이하의 국민에게는 세금을 추가로 걷지 않는 방법으로 10년간 재정적자를 3조달러가량 줄이겠다고 밝혔다. 물론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정치 지형을 고려하면 대기업 및 부자증세에 대한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에 반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심각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감세를 통해 경제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특히 자신이 재임기간 중 시행한 이른바 트럼프감세법(TCJA)이 내년 말 일몰되는 만큼 자신이 올해 재선에 성공한다면 이를 연장해 개인 소득세 감세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미 연준이 여전히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기준금리 인하를 선뜻 단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채 감축에 대한 계획도 없이 세수부터 줄인다면 자칫 연방정부의 차입 부담을 늘리고 달러화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떨어뜨려 종국엔 미국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경제주체들의 이성적 합리적 판단 중요
올해는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50여개 국가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있어 40억명이 넘는 유권자가 투표장으로 향하는 ‘선거의 해’다. 과거 정치와 경제가 철저히 거리를 두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폴리코노미(Policonomy)’ 라는 말이 나올 만큼 정치가 경제를 지배하는 시대가 되었다.
덕분에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막대한 재정지출이 이루어지는 한편, 표심을 잡기 위해 무리한 보호무역주의 표방이 공공연히 이루어지는 시기다. 경제가 정치 바람에 휩싸여 방향성을 잃지 않도록 경제주체들 각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때다.
조태진 법무법인 서로변호사·MB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