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알리는 메기일까, 미꾸라지일까
중국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알리) 행보가 심상찮다.
2월 기준 모바일앱 사용자수는 800만명을 넘었다. 3000만명의 쿠팡엔 못 미치지만 11번가(730만명), 지마켓(550만명), 위메프(320만명) 등 토종 이커머스를 뛰어 넘었다. 한국 진출 1년 만이다. 세계 최대 해외직구플랫폼 알리바바그룹 계열사답다.
공격적 마케팅과 현지화 전략이 먹혔다. 거대자본과 ‘상상을 초월하는’ 초저가 판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용 등 이커머스시장을 흔들어 놓기에 부족함이 없다. 알리 ‘닥공’(닥치고 공격)엔 멈춤도 없다. 최근엔 한국시장에 1조5000억원을 쏟아 붓겠다는 청사진(사업계획서)을 내놨다.
한국 규제당국(공정거래위원회)이 무리한 영업행태를 손보겠다고 벼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명분으로 꺼내들었지만 돈 쓰임새를 따져보면 그렇다. 2600억원은 물류센터를 짓는데, 1조원 이상은 입점판매자(셀러) 지원에 쓸 계획이라는 걸 분명히 했다. 공세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의도다.
지금까진 터무니없이 싼 중국산 공산품을 선보였다. 이젠 한국산 공산품과 신선식품까지 팔아 보겠다는 심산이다. 쿠팡이나 11번가 SSG 닷컴 롯데온 등 한국 이커머스들과는 사실상 전면전인 셈이다.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지키겠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드러냈다. 판매자에게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거나 보조금을 주는 등 느닷없이 ‘당근책’을 내놨다.
국내 이커머스업계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쿠팡 독주 속에 존폐를 염려해야 할 토종 이커머스들이 또 다른 ‘쿠팡’을 만난 꼴이다. 배송 속도를 앞세운 쿠팡에 밀리고 초저가를 내세운 알리에 치이는 형국이다.
그렇다고 악재만 있는 건 아니다. 알리의 공세를 방어할 대책이나 복안을 갖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버티면 전화위복 계기로도 만들 수 있다. 적절한 자극이 경쟁력을 키우는 ‘메기 효과’다.
문제는 한국법까지 무시하는 알리의 무차별하고 무분별한 공격본능이다. 알리는 광고 표기없이 문자나 이메일을 수시로 발송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모바일 앱 접근 권한없이 개인정보까지 싹쓸이 해간다. 가품(가짜)이나 위해상품 유통, 상품누락에 배송분실까지 소비자보호 대책도 허술하다. 불법·부실영업을 일삼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공개적으로 ‘중국 이커머스기업 소비자피해 대책’ 마련을 촉구할 정도다.
공정위가 뒤늦게 조사에 나섰지만 바로 잡힐지는 두고볼 일이다. 알리가 한국이커머스란 연못 ‘메기’인건 분명하지만 물만 흐려 놓는 ‘미꾸라지’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까진 ‘메기 닮은 미꾸라지’에 가까워 보인다.
고병수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