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이종섭 출국’ 논란의 핵심은 무엇인가
출국 11일 만에 다시 입국한 이종섭 주 호주대사 출국금지 해제를 놓고 논란이 뜨거웠다. 대통령실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책임을 떠넘기고 공수처가 이에 정면으로 반박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18일 대변인실 입장문을 통해 “이 대사는 법무부에서만 출국금지 해제 결정을 받은 게 아니라 공수처에서도 출국허락을 받고 호주로 부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수처는 2시간도 지나지 않아 “출국을 허락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공수처가 6개월간 조사를 안 했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라며 공수처를 탓했다.
그런데 논란의 시발점은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다. 윤 대통령이 ‘해병대 채 모 상병 사망사건’ 수사외압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국방부장관을 주 호주대사로 임명하면서부터다. 채 상병 사건 외압 피의자에 대한 검증 없는 대사 임명, 이 대사의 신임장 사본 들고 출국 등 과정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이 대사가 국방부장관 재임 당시 대통령실과 통화 이후 수사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여럿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검증 과정에서 고발 내용을 검토한 결과,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 대통령이 수사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피의자 출국금지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이를 알면서도 대사로 임명했다는 게 더 상식에 가깝다. 게다가 지난 1월 공수처의 국방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보도됐는데도 이제 와서 “조사를 안한 공수처 탓”이라고 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전 장관을 서둘러 주 호주대사로 임명하고 해외로 내보낸 데는 다른 의도(?)가 있지 않느냐는 합리적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전 장관이 주 호주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것은 ‘피의자 도피’라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은 12일 국회 의안과에 ‘이종섭 특검법’을 제출했다.
여론이 심상치 않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 수도권 출마자들이 거듭 이 대사의 자진 귀국을 촉구했다. 애초 이 대사 조기 귀국에 부정적이던 대통령실도 총선 위기론이 거세지자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를 핑계로 이 대사를 입국시켰다.
그후 한 위원장은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얘기했지만 이 대사의 피의사실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공수처장 공백도 2개월이 됐다. 3주 전 두명의 후보가 추천됐지만 윤 대통령은 아직 지명하지 않고 있다. 공수처가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피의자인 이 전 장관을 조사해야 하는데 피의자까지 출국시킨 윤 대통령의 의도는 무엇일까. 공수처 힘빼기일까, 피의사실 감추기일까.
김선일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