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 러-우크라 격돌
‘배후설’ ‘자작설’ 공방 이어 무력충돌도 … IS는 공격 당시 현장영상 공개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이 꾸린 조사위는 공연장에서 AK 돌격소총 2정과 탄약 4세트, 탄약이 담긴 통 500개 이상, 탄창 28개 등 무기와 다량의 탄약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사건 직후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는 이 조직의 아프가니스탄 지부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 조직원이 이번 테러를 벌였다고 주장했고, IS는 테러 공격 당시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dpa 통신은 이 단체의 선전매체인 아마크가 90초 분량의 테러 현장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영상에는 ‘독점 영상: 기독교인에 대한 피비린내 나는 공격’이라는 아랍어 자막이 들어가 있다. 이 영상 속에서 한 테러 용의자는 이미 많은 시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는 공연장 복도를 향해 돌격 소총을 쐈다. 러시아는 핵심 용의자 4명을 포함해 관련자 총 11명을 전날 검거했고, 용의자들은 모스크바에 있는 조사위 본부로 이송됐다.
그러면서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의심도 여전히 거두질 않고 있다.
러시아 연방보안국은 이번 사건의 핵심 용의자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으려 했다며 “이들은 우크라이나 측과 관련 접촉을 했다”고 23일 주장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같은 날 대국민 연설에서 “초기 정보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쪽에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창구가 마련돼 있었다고 한다”며 배후에 있는 모든 사람을 찾아내 처벌하겠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전면 부인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3일 밤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어제 모스크바에서 일어난 일로 푸틴 대통령 등 쓰레기들은 모두 다른 사람을 비난하려고만 한다”며 “그들은 늘 같은 수법을 쓴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들은 우크라이나 도시를 불태우면서 우크라이나를 비난하고, 우리 국민을 고문하고 성폭행하면서 우리를 비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푸틴 대통령은 하루 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번 일로 러시아 시민을 상대하는 대신 우크라이나로 떠넘길 방법을 생각해냈다”며 “모두 뻔하게 예측가능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향해 배후설을 제기하자 일종의 자작설로 맞받은 셈이다.
설전만이 아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24일(현지시간) 접경 도시인 벨고로드로 발사된 우크라이나의 미사일을 격추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스푸트니크 통신에 “오후 5시50분께 벨고로드로 RM-70 뱀파이어 다중 발사 로켓 시스템을 이용한 공격 시도가 있었지만 좌절됐다”고 밝혔다. 국방부 측은 “우리 방공부대가 벨고로드 상공으로 날아온 미사일 22기를 모두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미군 전략 폭격기가 자국 영공으로 날아오는 것을 막았다는 발표도 있었다. 러시아 국방부는 “바렌츠해 상공으로 미 공군 전략폭격기 한 쌍이 날아오는 것을 식별하고 우리 군의 미그-31가 국경 침범을 막기 위해 출격했다”며 “미그-31이 접근하자 미군 폭격기는 러시아 국경에서 유턴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이번 테러로 더욱 고조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테러 발생 다음 날인 23일 러시아에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 남부 세바스토폴 항구에 대규모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러시아는 이날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서부 도시 르비우에 미사일 수십발을 발사하며 반격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