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짝사랑한 대가
지난 주말을 끝으로 대구경북지역 국민의힘 공천이 마무리됐다. 공천결과는 TK주권자들의 바람에 크게 못 미쳤다. 대폭 물갈이를 기대했지만 결과는 딴판이었다.
대구는 12곳 중 7곳, 경북은 13곳 중 9곳에서 현역이 공천을 받았다. 25명 중 9명이 탈락해 현역의원 교체율은 36%. 역대 최소폭이다. 21대 총선의 현역 교체율은 64%였다. 16곳에서 경선이 치러졌지만 현역이 진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혁신하겠다며 도입된 시스템공천은 정치신인만 희생시켰다. ‘현역의, 현역에 의한, 현역을 위한’ 공천잔치였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엄동설한에 거리로 뛰쳐나가 ‘폴더’인사로 지지를 호소했던 수많은 출마자들은 망연자실했다. 몸과 마음의 치명상은 물론 적지 않는 돈도 날렸다. 유권자 심판의 링에도 오르지 못하고 100여일간 희망고문만 당했다.
그런데도 국민의힘의 그늘에서 한솥밥을 먹은 처지라 크게 반발하지도 못한다. 기껏해야 대구 중·남구 정도에서만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경선에서 공천자로 결정됐으나 5.18 폄훼 논란으로 취소된 도태우 후보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게 반발의 전부다.
도 후보를 지지하는 ‘행동하는 자유우파 대구투쟁본부’가 지난 21일 대구 동성로를 찾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향해 ‘대구시민은 똥개가 아니다. 먹든 것 던져주면 꼬리를 흔드는 개가 아니다’ 라며 거칠게 항의했다. 그러나 이 또한 ‘찻잔 속 태풍’일 뿐이다.
경선에서 진 현역의원은 차치하고라도 황당하게 공천권을 내준 현역의원들도 ‘쓰다 달다’ 말도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에게 공천권을 강탈당한 달서갑의 현역의원도 바로 수용했다. 5명이 경합한 동구 군위갑과 2명이 경쟁한 북구갑의 현역도 국민추천제로 내리꽂은 낯선 후보에 자리를 내줬는데도 반발은커녕 ‘선당후사’를 외치며 공천자에 줄을 섰다.
4년 만에 돌아온 민주주의 축제를 즐기려 했던 대구시민들의 반응도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다. 주권자 공천자 탈락자 모두 너무나 ‘조용한’ 공천 후유증에 빠져 있다. 보수정당 후보에 ‘묻지마 투표’로 지역민 무시공천을 자초했으니 누굴 탓하고 원망하겠나. 그야말로 ‘수원수구(誰怨誰咎)’다.
국민의힘의 오만과 무시에 한번도 대든 적이 없는데 국민의힘이 겁내고 긴장할 리 만무하다. 김영삼정권 때 이른바 ‘TK정서’가 작동돼 자민련 바람이 불었던 15대 총선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24년간 보수정당만 짝사랑한 대가다. 보수정당에 몰표를 주고도 수십년간 그 정당의 들러리 신세가 된 게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 않나.
아직 공식선거 개시일(28일)도 안됐지만 국민의힘 공천이 끝나니 선거판은 벌써 파장 분위기다. 그래서 22대 TK총선은 또 관심 밖이다.
최세호 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