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테러 배후’ 엇갈린 주장
러시아 “미·영·우크라가 배후” … 루카셴코 “테러범, 벨라루스행 좌절돼 우크라로”
이에 대해 미국은 테러 가능성을 사전에 경고했음에도 러시아가 듣지 않았다고 반박했고, 우크라이나 역시 테러범과의 연루설을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친러시아 성향이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도 푸틴 대통령과 다른 분석을 내놓아 혼선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벨라루스가 신속히 국경 검문소를 설치했기 때문에 그들(테러범들)은 벨라루스에 오지 못했다. 그들은 그것(검문소)을 보고 방향을 돌려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갔다”고 말했다. 그는 테러범들의 차량이 모스크바에서 브랸스크주로 향하자 벨라루스와 러시아 보안당국이 협조해 체포 작전에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잠도 못 자고 푸틴 대통령과 계속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남서부에 있는 브랸스크주는 벨라루스 국경과 우크라이나 국경을 모두 맞댄 지역이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테러범 체포를 위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와 긴밀히 공조했다고 강조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내용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그간 푸틴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의 주장과는 대치되는 내용이다. 푸틴 대통령은 25일 “급진 이슬람주의자의 손에 의해 이 범죄가 저질러졌다”면서도 “이제는 누가 그것을 명령했는지를 알고 싶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테러가 ‘협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누가 이익을 얻는가? 2014년부터 네오나치 우크라이나 정권의 손에 의해 우리나라와 전쟁을 벌여온 자들이 자행해 온 시도 중 하나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향해서는 “이번 테러에 대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와 관련이 없고 IS(이슬람국가)가 저지른 것’이라는 주장을 다른 국가에 주입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는 26일 텔레그램 뉴스 채널 ‘샷’ 인터뷰에서 이번 테러 배후 관련 ‘IS인가 우크라이나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우크라이나”라며 “우크라이나가 연루됐다는 많은 징후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도 기자들과 만나 ‘미국, 영국, 우크라이나가 공격 배후에 있는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믿는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우크라이나가 중동에서 무장세력들을 훈련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현재 구금 중인 테러 피의자들에게 얻은 초기 자료에서 우크라이나의 흔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급진 이슬람주의자들이 테러를 준비했다”면서도 “서방 정보기관이 도움을 줬고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은 여기에 직접 관여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으로 누가 테러 공격을 명령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번 테러는 러시아 사회를 불안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서방 정보기관과 우크라이나에 유익했다”고 말했다.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을 테러단체로 지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산하 정보총국(HUR) 국장이 러시아군의 합법적 표적이 될 수 있다고도 지목했다.
그는 미국이 테러 공격 가능성을 러시아 당국에 사전 경고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는 “일반적인 성격의 정보였고 우리는 적절히 대응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불행히도 당시 러시아 당국의 조치와 해당 정보는 입증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테러가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정보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