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곳간 비었는데 총선 앞둔 정치권은 ‘포퓰리즘 공약’
여야, 민심 공약 봇물 … 총선 앞 대통령이 전국 돌며 24차례 민생토론회
수십조 규모 선심성 공약 … 재원 조달 ‘물음표’, 실현가능성은 '글쎄요'
22대 총선이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가 본격적으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공약과 함께 다자녀 등록금 면제 등을 제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인당 25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을 추진하고 있다. 또 수십조원 투입이 예상되는 철도 지하화 공약은 여야 모두 공약으로 내세웠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전국을 돌면서 24차례 민생토론회를 직접 주재했다. 갈 때마다 수조원대 지역공약을 약속하면서 ‘관권선거’ 논란이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역대급 세수펑크로 재원조달이 어려워, 여야가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경쟁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경기침체로 올해도 세수부족이 예고된 상태다. 이 때문에 ‘사실상 실현가능성 없는 빈 공약’이란 분석이다.
◆셋째에 대학등록금 면제 추진 = 27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전날 국민의힘은 세 자녀 이상의 가구의 자녀 대학 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출생 대응 공약의 일환이다. 여기에 △저출생 지원 소득기준 폐지 △다자녀 기준 3명→2명 변경도 공약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 모든 자녀의 대학등록금을 전액 면제하겠다”면서 “자녀 세 명 이상을 대학 교육을 시킨다는 건 대부분 가정에 큰 부담이다. 국민의힘은 우선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모든 대학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정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앞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도 추진한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이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수익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과세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자본시장 선진화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돼 지난해부터 시행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합의로 시행 시기가 내년으로 연기됐다. 금투세 폐지 공약은 1400만으로 추정되는 개인투자자들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다.
◆관권선거 논란까지 감수하며 = 이와는 별도로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까지 24차례 민생토론회를 통해 최대 수백조원대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전날에는 충북 청주 동부창고에서 ‘첨단바이오의 중심에 서다, 충북’을 주제로 연 24번째 민생토론회를 갖고 첨단 바이오 산업을 차세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며 “2035년까지 200조 원 시대를 열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했다.
민생토론회는 중앙부처 신년 업무보고를 겸해 지난 1월4일부터 시작됐다. 당초 10여 차례 계획됐으나 다양한 현안을 다뤄오며 연장됐다. 특히 야당은 ‘관권선거’라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윤 대통령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날까지 △서울(여의도·영등포·동대문·성동) △경기(용인 2회·고양·수원·의정부·판교·성남·하남·광명) △영남(부산·울산·창원·대구) △호남(전남) △충청(대전·충남·충북) △인천 △강원(춘천·원주)에서 개최됐다. 아직 제주에서는 민생토론회가 열리지 않았다.
정부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다세대·다가구, 소상공인 대책, 서민 취약계층을 위한 상생 금융, 단말기유통법 폐지와 대형마트 규제 개선방안 등이 제시했다.
청년 국가장학금 수혜대상 100만 명에서 150만 명으로 확대, 어르신들 주택 보급 확대 등 각 계층을 위한 정책도 나왔다. GTX A·B·C 노선 연장과 D·E·F 신규 노선 신설 지방 대도시권에도 광역급행철도 도입, 철도 지하화 추진계획 등 굵직한 교통 대책도 발표됐다.
또 △그린벨트 획일적인 해제 기준 전면 개편 △전국 1억300만평의 군사시설보호구역 해제 △원전 생태계 정상화 △재건축·재개발 규제 철폐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전면 폐지 △특례시 지원특별법 제정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디지털 환경에 맞춘 민원 서비스 혁신 △필수의료 보상체계 개편 △늘봄학교 지원 등도 제기했다.
◆야당은 민생회복지원금 공약 = 포퓰리즘이란 지적에서 야당도 자유롭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4일 국민 1인당 25만원, 가구당 평균 100만원을 지급하는 ‘민생회복 지원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당시 지급됐던 재난지원금을 참조해 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국민들에게 지원금을 주겠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과 소상공인 골목상권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만 필요한 예산은 약 13조원에 이른다. 이재명 대표는 “국채를 발행하거나 기존 예산을 조정하면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면서 “13조원만 (써서) 가구당 100만원 줘서 동네 장 보러 다니면 돈이 돌고 경제가 활성화 된다”고 말했다.
철도 지하화 공약 역시 막대한 국가재정을 필요로 하는 공약이다. 더불어민주당은 △2호선(신도림~신림, 한양대~잠실, 영등포구청~합정, 신답~성수) △3호선(옥수~압구정) △4호선(금정~대야미, 상록수~초지, 동작~이촌, 쌍문~당고개) △7호선(건대입구~청담) △8호선(복정~산성) 구간 지하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야 모두 조단위 자금을 투입하는 공약에 대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작년 경기침체로 올해 역시 세수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여야가 제시하는 굵직한 공약들은 대부분 중장기 검토가 필요한 정책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거리를 뒀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