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금융권 유리천장 깨기에 대한 기대
올해 금융권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여풍이 세졌다. 여성 사외이사의 비중이 확대됐고, 여성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되는가 하면 역대 네번째 여성 은행장도 나왔다.
4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총 32명 중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해 7명에서 10명으로 늘었다. 전체 사외이사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23.3%에서 31.3%로 높아졌다. KB금융은 사외이사 7명 중 여성은 3명으로 국내 금융지주 중 여성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다. 신한금융의 경우 올해 여성 신임 사외이사를 1명 늘려 총 이사 9명 중 3명으로 증가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이번 주총에서 2명의 학계 출신 여성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하나금융지주도 기존 1명이었던 여성 사외이사를 2명으로 늘렸다.
이번에는 여성 이사회 의장도 탄생했다. KB금융지주는 국내 첫 여성 은행장 출신인 권선주 현 사외이사(전 IBK기업은행장)를 첫번째 여성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신한금융지주도 윤재원 현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2010년 이후 14년 만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주총 결과에 대해 그동안 ‘유리천장’이 두터운 업권으로 평가받던 금융권이 성별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여성 이사회 의장 선임은 다양성 확대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어 앞으로도 금융권에서 여성의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당국 압박으로 움직인 ‘구색 맞추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국내 금융권의 이사 수와 여성 비중이 낮은 점을 꼬집자 정부 눈치에 ‘형식적’ ‘보여주기식’ 선임을 했다고 평가했다.
실제 금융지주들은 기존 여성 이사를 유지하거나 1~2명 정도 늘리는 선에서 그쳤다. 글로벌 주요 은행과 비교하면 여전히 적다. 글로벌 금융사의 지난해 기준 여성 이사의 비중은 △씨티 53.8% △웰스파고 38.5% △뱅크오브아메리카 35.7%이다. 유럽권 은행의 여성이사 비율은 평균 34%이다.
이달 초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국제 여성의 날을 맞아 일하는 여성의 환경을 평가하는 유리천장 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29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29위를 기록했다. 남녀 소득격차는 31.1%로 최하위를 면치 못했고, 여성의 노동참여율은 남성보다 17.2%p 낮아 튀르키예 이탈리아에 이어 27위를 기록했다. 관리직 여성 비율과 기업 내 여성 이사 비율 모두 28위로 사실상 꼴찌나 다름없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이번 금융권에 분 여풍이 향후 국내 상장사의 두터운 유리천장을 깨는 기폭제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김영숙 재정금융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