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에너지공기업 사장 선임의 기본조건
요즘 에너지공기업에 종사하는 임직원들의 마음은 뒤숭숭한 것 같다. 사장 임기가 만료됐거나 곧 다가오기 때문이다. 올해 환경이 여느 때와 다른 것은 4.10 국회의원 총선거와 연계되는 데 있다.
사실 사장을 새로 선임하려면 약 두달전부터 공모절차에 들어가 서류전형 면접 인사검증 등을 거친다. 그런데 임기 만료된 전기안전공사 한전원자력연료 전력거래소는 아직 신임사장 모집절차와 관련된 움직임이 없다. 4월 하순 임기가 끝나는 남부발전 남동발전 동서발전 서부발전 중부발전 한전KDN도 이미 절차에 착수해야 했지만 조용하다. 총선에서 낙마하거나 내부 경선을 포기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낙하산 인사를 하려고 절차를 늦추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배경이다.
이 외에도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석유공사 석유관리원 석탄공사 광해광업공단 에너지기술평가원 등의 임기도 올해 안에 줄줄이 끝난다. 어찌 보면 대규모 장이 서는 것이다. 해당기업들은 사장의 임기가 임박한 터라 새로운 사업을 중단했고 적극적인 경영도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래서인지 에너지공기업 내부에서는 신임 사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어차피 일은 실무선에서 하는 만큼 사장은 필요한 일을 눈치안보고 밀어붙이고, 한편으로 직원들을 보호해주는 힘 있는 분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외풍을 막아주는 게 제일 덕목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관계자는 “자칫 정치권에 기웃대던 사람이 인맥을 활용해 취임할 경우 업무는 업무대로 마비되고, 직원들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의견 모두 일리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정책적인 부분이 최우선 고려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해외의존도가 93%에 이를 만큼 에너지안보가 중요하다. 아울러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각 기업별 특성에 맞게 단계별 대책을 실행해야 한다.
화력발전소를 중단하는 대신 어떤 에너지원으로 대체할지, 전력계통(송배전)과 연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미래 에너지원 및 성장동력 사업은 무엇으로 할지 새로 맡을 사장이 결정해야 한다. 임직원들이 보고하는 대로 결재만 하는 자리는 아니라는 말이다.
힘 있는 인사도 좋지만 무엇보다 전문성 있는 인사가 선결조건이다. 그렇지 않으면 공부하고 업무 파악만 하다 임기가 끝나거나 업무는 아예 손 놓을 수도 있어서다. 집권여당은 에너지공기업 기관장 자리를 보은이나 입막음용 자리로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 직책을 이용해 회사 돈으로 정치하려는 사람은 더더구나 안된다.
에너지문제야말로 우리 실생활의 뿌리일 뿐 아니라 미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주요소라는 사실을, 임명권자도 사장에 도전하는 인사들도 명심해야 한다.
이재호 산업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