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일본 고용연장 정책의 시사점
올해부터 정부는 2020년에 시행된 계속고용제도의 지원기간을 종전의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는 등 고연령자가 보다 오랫동안 노동시장에 머무를 수 있도록 대책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한편 한국노총은 2023년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 복귀하면서 정년연장을 최우선 논의 과제로 제시했다. 한국 사회에 있어서 정년 연장을 포함한 고연령자의 고용연장이 주요 관심사인 것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일본 70세까지 고용연장 노력의무화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65세까지의 고용연장을 의무화한 이후 최근에는 70세까지의 고용연장을 노력의무화(努力義務化)했다. 그 이유로는 첫번째 인구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일본정부가 ‘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개정한 2004년의 출생률은 1.29까지 감소해 현재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출생률 2.07을 크게 밑돌았다.
한편 2004년의 고령화율은 19.3%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저출산고령화가 진행되면서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저하하기 시작하면서 장래 노동력부족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됐고 이에 따라 일본정부는 고연령자의 고용연장을 추진하게 됐다.
두번째 이유로는 정년연령이 60세로 유지된 상황에서 공적연금의 지급개시연령만 늦추게 되면 퇴직한 고연령자가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어 수입이 감소하는 기간이 생기기 때문에 일본정부는 이러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고용연장을 동시에 추진하게 됐다.
일본의 고연령자 고용연장정책의 특징을 들자면 새로운 제도 시행에 따른 기업 부담을 최소화해 제도의 실시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장기간에 걸쳐 실시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2021년 4월부터는 2020년 4월에 공포된 ‘개정고연령자고용안정법’을 시행함에 따라 70세까지 현역으로 일할 수 있는 ‘70세 현역시대’가 도래하게 됐다.
일본 정부의 고연령자 고용정책의 또 하나의 특징을 들자면 제도를 기업에 정착시키기 위해 임금에 대한 규제를 두지 않은 점이다. 그 결과 정년이 지난 후에는 임금이 감소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 기업에 따라서는 정년 전 임금의 30~40%까지 임금수준이 감소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은 몇몇 변화가 재고용된 고연령자의 임금상승을 이끌었다. 대표적인 변화는 노동력 부족이다. 2000년대 이후 노동력 부족이 점차 심화되면서 고연령자의 몸값이 자연스럽게 올랐다. 두번째로 지난 2019년 일본 정부가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 등을 담은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을 제정하면서 재고용된 고연령자의 임금을 깎기가 어려워졌다. 물론 업무의 책임이 훨씬 덜한 직급 또는 지방근무 등 예외를 뒀지만 전반적으로 임금 차별이 없도록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중소기업까지 따르도록 했다.
행복하게 나이 들어가는 고령자 사회 제도화 중요
생산성 향상을 위해 자발적으로 임금을 올리는 기업도 증가하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기업이 혼다다. 혼다는 당초 정년을 그대로 둔 채 계속고용을 택했지만 계속고용시 임금은 정년퇴직 전의 50% 수준이었다. 그러나 계속고용자들의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아래 아예 정년을 폐지하고 임금수준을 80%까지 높였다. 일률적인 정년제도 이외에 63세, 65세 등 단계적으로 정년을 연장하는 단계적 정년제와 근로자가 퇴직시기를 선택하는 선택적 정년제 등 기업 실정에 맞게 정년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도 계속해서 느는 추세다.
우리보다 일찍이 초고령화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대책을 참고해 단순히 나이를 먹는 고령자가 증가하는 사회가 아닌, 행복하게 나이를 들어가는 고령자가 증가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고연령자 고용대책이 실시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