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사랑기부 민간개방 행안부-지자체 엇박자
행안부, 정부 주도 전제
지자체는 즉시개방 요구
고향사랑기부 시스템 민간개방을 두고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행안부는 법률 개정 사안이라며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현행법으로도 다양한 플랫폼 모금이 가능하다며 즉시 개방을 요구하고 있다.
행안부 산하 지역정보개발원은 최근 ‘고향사랑기부 시스템 민간개방을 위한 법제도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발주금액은 4000만원, 개찰일은 5일 오전이다. 용역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시스템 민간개방의 전제는 입법사항이라는 것이다. 또한 ‘기부 프로세스 민간플랫폼 단독으로 처리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기존 기부영수증 처리 등을 위해 고향사랑e음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국회에서 입법사항으로 인지하고 있는 만큼 법 개정을 통해 민간 참여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학계와 전문가들 생각은 다르다. 우선 현행 법 테두리 안에서도 민간플랫폼 개방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함보현 변호사는 3일 국회에서 열린 ‘고향사랑기부제 디지털플랫폼 전략 모색 토론회’에서 “고향사랑기부제법은 지자체장은 필요한 경우 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할 수 있고,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며 “이처럼 법이 부여한 권한을 시행령으로 제한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권선필 목원대 교수는 “행안부는 법의 취지에 부합하게 지자체에게 모금의 실질적 권한을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교수는 “일본 고향납세 제도도 2012년부터 등장한 민간플랫폼으로 인해 지금처럼 활성화될 수 있었다”며 “고향사랑e음과 민간플랫폼 간의 API 연계로 주소지 및 한도액 확인의 문제를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민간플랫폼이 등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패한 정부정책인 정보화마을 사업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경곤 전 KT인터넷 추진본부장은 “행안부가 지역정보개발원을 통해 운영하던 정보화마을 사업이 올해 공고도 없이 민간으로 이양됐다”며 “고향사랑e음도 지금과 같이 운영하면 같은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자체들은 지역정보개발원이 발주한 연구용역 내용을 문제 삼았다. 임채홍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정책연구실 전문위원은 “지역정보개발원 과업지시서를 보면 민간플랫폼의 적정요율까지 포함되어 있는 등 여전히 정부의 일방적 통제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며 “지자체 시각에서 제도를 바라보고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