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복 경고에 이스라엘인들 ‘동요’
전시 생필품 등 사재기 조짐
군정보국장 “복잡한 날들” 국방부, 대응체계 구축 나서
이란이 시리아 내 자국 영사관 폭격의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자 이스라엘 국민들이 생필품 사재기에 나서는 조짐이 나타나는 등 동요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응체계 구축에 나서는 한편, 국민 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쓰고 있다.
4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한 공포가 번지면서 생활필수품과 트랜지스터 라디오, 발전기 등을 사기 위해 일부 상점과 슈퍼마켓으로 몰려드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일부 상점들은 아직 공급 부족이 예상되지는 않지만, 이날 이런 류의 물품 판매가 증가했다는 보고를 내놓고 있다.
라미 레비 슈퍼마켓체인의 점주는 “목요일 매출이 평일보다 높았지만 안보상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다가오는 유월절의 영향인지 분명하지 않다”면서 “매출의 급격한 증가가 없어 공급부족은 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TOI에 말했다. 에이탄 요차나노프 슈퍼마켓체인 점주는 “특별한 패닉 상태는 아니지만 생수 판매가 300% 증가했다”고 했다. 한 전기상품점 관계자는 “하루 영업이 시작부터 발전기 수천대를 판매했다”면서 “매장에 발전기 재고를 추가로 가져올때마다 금새 동이 났고 미사일 공격으로 인한 정전을 우려한 고객들의 문의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국민들의 동요는 이스라엘군(IDF)도 인정하고 있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상점에서 필수 전시물자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면서 “민간인들이 발전기를 사거나 식량을 비축하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인출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7일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되면서 내렸던 민간인 대상 행동 지침에는 변화가 없다면서 “지침에 변화가 생기면 즉각 공식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심 동요를 진정시키려는 군의 노력은 군사정보국장인 아하론 할리바 소장이 비공개 회의에서 휘하 장교들에게 “최악의 상황이 지나갔는지 확실하지 않다. 복잡한 날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고 언급한 뒤 나왔다고 TOI는 전했다.
이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안보관계 고위 인사들과 함께 ‘복수 전선’(multi-front) 상황 평가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로넨 바르 신베트 국장,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 이얄 자미르 국방부 최고 행정 책임자와 최고위급 사령관 등이 참석했다.
이스라엘군도 모든 전투부대원의 휴가를 중단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조처를 취했다.
이스라엘군은 각급 부대에 보낸 서한을 통해 상황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면서 “이스라엘군은 전쟁 중이며 병력 전개 문제는 필요할 때마다 지속해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밤엔 방공시스템 운용 경험이 있는 예비군을 추가로 동원하기로 했다.
이스라엘군은 텔레그램을 통해 “군의 전황 평가 결과에 따라 방공부대 병력 증원과 이를 위한 예비군 동원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또는 친이란 무장세력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비하려는 병력 운용으로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또 이날 자국에 대한 위협을 무력화하기 위해 중부 지역에서 위성항법장치(GPS) 신호 교란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일부 지역에서 차량용 GPS가 작동하지 않는 사례가 이어졌다.
이란이 예고한 대응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실제로 보복이 이뤄질 경우 앙숙인 이스라엘·미국과 초유의 직접 공방도 벌어질 수 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