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해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대응

2024-04-08 13:00:01 게재

최근 해외 온라인 플랫폼 이용이 급증하고, 국내 소비자가 해외에서 직구하는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해외 직구액은 2021년 5조1000억원에서 2023년 6조8000억원 정도로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알리 테무 같은 중국 플랫폼이 다양한 상품과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국내에 적극 진출하고 있고, 총 직구액의 절반 수준을 이들이 차지할 정도가 됐다.

급팽창에 다른 소비자 불만과 분쟁도 증가

해외 플랫폼이 급팽창하면서 소비자 불만이나 분쟁건수가 증가하고, 짝퉁 상품이나 유해 물품의 유입, 국내 플랫폼과의 역차별 문제, 개인정보의 해외 유출과 같은 부작용도 함께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적극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달 정부는 ‘해외 온라인 플랫폼 관련 소비자 보호 종합대책’(종합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런데 소비자가 해외 플랫폼을 많이 이용하는 것은 다양한 일상용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고물가 추세가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은 해외 플랫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직구를 통해 쉽게 구매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물가인상 추세가 지속될수록 해외 플랫폼 이용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수입 확대, 관세 인하, 지원금 투입 등 여러가지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정책수단은 인위적이고 재원 투입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물가안정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반면 해외 플랫폼 이용은 소비자가 개별적으로 고물가에 대응하는 방식이므로 정부 개입이 없어도 해외 경쟁력을 통해 고물가를 극복하는 데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이처럼 해외 플랫폼의 국내 진출은 역기능과 함께 순기능을 하는 양면성이 있다. 따라서 해외 플랫폼 대책은 우선 몇가지 우려스러운 역기능을 해소하는 내용으로 추진돼야 한다.

첫째, 국내 온라인 플랫폼이나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위축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중국 플랫폼이 막강한 자본력과 세계의 공장이라고 하는 공급망을 통해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 국내 플랫폼이나 유통업계가 이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한다. 돌이켜보면 글로벌 유통업체인 월마트나 까르푸가 국내에 진출할 때에도 유사한 우려가 있었다. 그런데 국내 유통업계는 이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글로벌 유통업체와의 경쟁을 이겨낸 역사와 경험이 있다. 결국 이 문제는 국내 플랫폼과 유통업계의 경쟁력을 높여서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둘째, 짝퉁상품, 유해식품이나 의약품, 청소년 위해 매체물 등이 범람할 것을 염려하기도 한다. 이러한 우려는 해외 플랫폼이라서 사전 통제하거나 사후 관리하는 것이 더 어렵겠지만 충분히 예상되고 방지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다. 지난달 수립한 종합대책에서 통관절차 개선이나 모니터링 강화를 포함해 공정거래위원회 등 7개 기관이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셋째, 소비자 불만 처리나 피해 구제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해외 플랫폼의 경우 소비자 불만, 반품이나 환불 등이 문제돼도 금액이 소액이고 언어 문제 등이 있어서 소비자가 피해를 당하기 쉬울 수 있다. 이런 문제는 국내 소비자 피해를 처리하는 방식대로 제도를 정비해 해결하면 된다. 이 역시 종합대책에서 해외 플랫폼사업자에게도 국내법을 적용해 소비자피해에 대해 똑같이 처벌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역기능과 순기능 함께 고려하는 종합대책 추진돼야

해외 플랫폼 대책은 부작용을 해소한다는 차원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국내 유통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물가안정에도 기여할 수 있는 순기능을 제고하는 차원에서도 추진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플랫폼에 대한 규제일변도 대책이나 제재만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대책은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물가안정에도 역행할 수 있다. 해외 플랫폼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함께 고려하면서 종합대책이 집행되기를 기대한다.

지철호 법무법인 원 고문 전 공정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