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 ‘심판론’ 집중, 문제는 ‘총선 이후’
후보 지지 이유 ‘정책·후보’ 보다 ‘상대당 싫어서’
“지지층만 보는 부적격 후보, 정치실종 부추길 듯”
4.10 선거 본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거대 양당이 ‘심판론’에 집중, 분노, 혐오 투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심판론’을 정면에 내세웠고 조국혁신당은 ‘탄핵 가능성’까지 열어 놨다. 국민의힘은 ‘읍소전략’과 함께 ‘이조(이재명·조 국) 심판론’으로 맞섰다.
두 정당은 지지층만을 바라보며 각종 의혹에 뒤덮인 ‘부적격 후보’들을 내치는 대신 껴안았다. 이에 따라 22대 국회가 ‘심판선거’의 연장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여론조사전문회사 리서치뷰에 따르면 지난 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자동응답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민주당 지역구 후보를 지지하는 508명 중 4.7%만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를 지지 이유로 꼽았다. 가장 많이 손을 들어준 지지 이유는 ‘정권심판을 위해서’로 63.7%였다. 그 뒤는 ‘국민의힘이 싫어서’가 13.1%였다. 후보가 아닌 ‘이재명 대표가 좋아서’라는 답변은 8.9%였다.(95% 신뢰구간에 표본오차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 지지자 408명의 반응도 비슷했다. ‘후보가 마음에 들어서’와 ‘국민의힘이 좋아서’는 각각 6.7%, 5.8%였다. ‘국정 안정을 위해서’가 46.0%로 가장 많았고 ‘민주당이 싫어서’가 22.4%에 달했다. ‘한동훈 위원장이 좋아서’도 12.0%였다. 거대양당이 ‘공약’이나 ‘인물’이 아닌 상대당의 문제만을 부각시키는 선거 전략을 선택해 지지층 결집에 주력, 유권자의 혐오와 분노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민생 공약이나 인물에 대한 유권자 집중도를 약화시키고 ‘문제 후보’들의 양산을 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과 맞닿아 있다. 공천과정에서 국민의힘은 ‘현역 불패’로 친윤석열, 친한동훈 후보에 힘을 실어줬고 민주당은 ‘친명 횡재, 반명 횡사’로 이재명 대표의 친위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 중 ‘부적격’ 평가받는 후보들의 국회 진입이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난교 발언’ 장예찬 후보 ‘5.18 망언’ 도태우 후보 ‘돈봉투 의혹’ 정우택 후보의 공천을 취소했다.
민주당은 ‘목발 경품’ 정봉주 후보 ‘갭투자’ 이영선 후보를 공천 취소하고 ‘성폭력 가해자 변호’ 조수진 후보는 자진 사퇴했다. 각 정당의 ‘부적격자 거름종이’ 유효기간은 여기까지 였다.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가면서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대 성접대 발언’ 김준혁 후보 ‘편법 대출’ 양문석 후보 ‘부모찬스’ 공영운·양부남 후보 ‘갭투자 의혹’ 김기표·문진석·이강일 후보 등을 집중 공략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아빠찬스 대출’ 장진영 후보 ‘주식 이해충돌 의혹’ 이원모 후보 ‘부동산 투기의혹’ 박덕흠 후보 ‘전세사기 피해자 변호’ 조수연 후보 등을 도마 위에 올려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거대양당이 혐오, 분노 투표를 부추기면서 정책이나 인물 경쟁은 실종되고 민생마저 사라진 선거판이 됐다”며 “심판론만 부각하고 지지층만 보면서 문제 후보들을 그대로 놓아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22대국회에서 국회는 더욱 양 극단화로 치닫고 정치 실종 사태가 21대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국회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생을 챙기고 중장기 국가비전을 설정하는 것은 요원해 보여 우려된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