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200석 땐 독재” 여당의 공포 마케팅
윤재옥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무너져 … 개헌·탄핵 저지선 달라”
권성동 나경원 윤상현도 줄줄이 기자회견 “최소한의 저지선” 호소
총선을 코앞에 두고 여당 중진들이 일제히 몸을 낮췄다. 야권이 200석을 가져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나오자 최소한의 균형을 맞춰 달라는 호소를 하고 나선 것이다. 이들은 야권의 200석을 가져갈 경우 개헌, 탄핵, 독재 등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공포 마케팅’까지 총동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이대로 가면 우리가 가까스로 지킨 대한민국이 다시 무너질 수 있다”며 개헌·탄핵 저지선 확보를 호소했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의 의회 독재를 저지할 수 있는 대통령의 거부권이라도 남겨달라. 야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의석을 지켜달라”며 “무엇보다 법 지키고 착하게 살아가는 대다수 국민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달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러분이 때리시는 회초리 달게 받겠다. 하지만 그 회초리가 쇠몽둥이가 되어 소를 쓰러뜨려서는 안 된다”며 “일 잘하라고 때리는 그 회초리가 쇠몽둥이가 돼서 매 맞은 소가 쓰러지면 밭은 누가 갈고 농사는 어떻게 짓겠나”라고 재차 호소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대로 가면 야당은 다시 한번 폭주하며 경제를 망치고 안보를 위태롭게 하고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흔들 것”이라며 “이대로 가면 야당의 숱한 범죄 후보자들은 불체포특권을 방패 삼아 방탄으로 날을 지새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드린다. 이재명, 조국 세력의 입법 폭주, 의회 독재를 막아낼 최소한의 의석을 우리 국민의힘에 허락해달라”며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대한민국 열차를 멈춰 세울 최소한의 의석을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전날에도 여야 중진들의 읍소가 잇따랐다. 윤석열정부에서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지낸 4선 권성동 의원은 7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년 정부·여당이 국정에 난맥이 발생했을 때 상세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려는 자세가 부족했다”면서 “이러한 과오가 쌓여 오만하게 보인 것도 사실”이라며 “정부와 여당의 태도 문제에 대해 겸허히 반성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권 의원은 그러나 “정부·여당 태도에 문제가 있다면 현재 야당은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비판하며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세력은 극단주의자들의 연합체다. 이들이 국회 다수 세력이 된다면 오직 당리당략만 계산하며 온갖 악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는 것은 물론 대통령 탄핵까지 실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미래를 준비하는 최소한의 힘을 국민에게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일단 반성부터 했다. 나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국민께 최선을 보여 드리지 못한 점, 정말 송구하다”면서 “국민 여러분이 정부·여당을 질책하고 싶은 심정은 나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 위원장은 “우리가 반드시 피해야 할 것은 최악”이라면서 “최악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이고 지금의 조국혁신당”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 위원장은 “최소한의 균형, 최소한의 저지선만이라도 만들어 달라”며 “야당이 180석, 200석을 가지고 간다면 식물정부를 넘어서 국회는 탄핵 운운하는 난장이 되고 말 것”이라고 했다.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인천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가 밉다고 야당에 일방적으로 국회를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며 “지난 4년간 압도적 의석을 가지고 방탄, 발목잡기, 막말로 일관해 온 국회를 4년 더 연장해서야 되겠느냐”고 지지를 호소했다.
여당 중진들이 야권 200석 현실화 때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제시하며 호소에 나선 것은 국민들의 균형감각에 호소하는 것은 물론 보수층의 결집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보인다. 윤 의원은 “정부와 의회가 서로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평행선을 달리는 구조가 반복돼선 안 된다”며 “여야 균형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도 ‘야권 200석’을 언급하며 공포마케팅에 가세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충청 지역 유세에서 “민심을 듣지 않는 정치를 하는 사람들로 200명이 채워지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자유가 빠질 것이다. 진짜 독재가 시작된다” “200석을 주면 뭘 해도 되는 ‘007 살인면허’ 같은 것을 얻었다 생각하고 밀어붙일 것이다” “헌법 바꿔서 국회에서 (이재명) 사면권을 만들어 버릴 수도 있다” 등의 발언을 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