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민·관 협업 '무장애 투표소' 설치
투표소 문턱 없애고 사전투표하며 점검
동주민센터 개보수·인권영향평가에 반영
“여기는 출입문이 자동이라 좋네요. 오래된 동주민센터는 자동이 아니라 남들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든요.”
22대 국회의원 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지난 5일 오후. 서울 금천구 시흥3동 주민 이재성(64)씨가 전동스쿠터를 타고 시흥2동까지 찾아가 사전투표에 동참했다. 일찌감치 투표권을 행사할 겸 시설과 투표 편의제공 등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그는 “기표소가 좁아 스쿠터를 움직이는데 조금 불편했는데 안내요원이 투표소를 나올 때까지 안내는 제대로 하더라”고 평가했다. 이씨는 시흥2동 사전투표소에 대해 10점 만점에 8점을 매겼다. 도로에서 투표소로 진입할 때 경사가 가팔라 어려움이 있고 장애인 화장실이 있지만 스쿠터를 타고 들어가면 문이 닫히지 않는 점 때문에 2점을 깎았다.
9일 금천구에 따르면 구는 민간과 협업해 투표소 접근성을 높이고 편의시설을 개선한 ‘무장애 투표소’를 선보였다. 모든 지자체가 선관위와 협의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이 불편함 없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투표소를 개선한다. 금천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사전준비부터 사후점검까지 당사자들과 함께 했다.
‘장애 없는 금천, 턱 없는 마을 함께 만들기’ 연대모임이 중심에 있다. 장애인이나 노인 환자는 물론 유모차를 끈 주민들까지 동네 상점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경사로를 지원하는 사업을 맡아 했던 금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매년 진행하던 모니터링을 지역사회 전체로 확대하자고 뜻을 모았다. 복지관 관계자는 “그 출발이 투표소 점검”이라며 “복지관 모니터링단과 별개로 모임에 참여한 5개 기관에서 한명씩 점검단을 선발했고 업무 담당자와 함께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체장애인협회 외에 금천구도 합세했다. 민원감사담당관과 주민, 편의증진 전문가가 ‘인권 모니터링단’을 꾸리고 점검지표를 만들었다. 모니터링단은 사전교육을 받은 뒤 구 관계자와 함께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사전투표소인 동주민센터 10곳에 대한 접근성과 편의성을 살폈다.
물리적 환경부터 점검했다. 주 도로에서 동주민센터 입구까지는 경사로를, 민원실 주 출입구까지는 점자블록이나 음성 안내장치를 살폈다. 출입구와 화장실 승강기 등 동주민센터 전반과 함께 투표약자를 위한 환경을 꼼꼼히 따졌다. 통로 확보, 시각·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특수기표용구, 발달장애인과 난독증이 있는 주민을 위한 투표 안내문 등이다.
그 결과를 지난 3일 선관위와 공유하고 투표약자 우선투표와 이동 지원을 담당할 안내요원 확대를 건의했다. 구 관계자는 “당장은 동주민센터 공무원들이 더 역할을 하는 수밖에 없다”며 “시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하반기 동주민센터 개보수와 신규 건축때 반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정보는 무장애 사전 투표소 홍보물에 고스란히 담겼다. 이해를 돕기 위한 상징그림은 주민들이 직접 골랐다. 구는 이같은 편의정보를 관련 기관에 배포하고 구 누리집과 사회관계망에 게시할 예정이다. 나아가 각종 축제와 행사를 모든 주민이 즐길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고 사전에 점검하는 방안을 인권영향평가회의에서 논의할 방침이다.
유성훈 금천구청장은 “모니터링 과정에서 발견된 불편사항은 추후 보완하겠다”며 “이번 민관협력을 계기로 주민참여형 인권정책을 발굴해 인권존중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