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한국 주식시장의 제 가치 찾기

2024-04-11 13:00:03 게재

최근 들어 빠르게 뒤쫓긴 했지만, 올해 전체적으로 보면 우리 주식시장이 좀처럼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 주식시장 성과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높은 중국 의존도와 중국경제의 상대적 부진, 국내 부동산 시장위축과 잠재적인 금융시장 위험 등이 경제적 측면의 요인으로 우리 주식시장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행이 언제쯤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인지, 소득 보전을 포함해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은 안 나오는지 기대하는 사람들도 생기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한국은행이 통화완화정책을 단행할 상황도 아니고, 과감한 재정정책으로 돈을 풀 때도 아니다. 설사 그러한 정책을 펼친다고 해도 주식시장에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지 않는다.

4월 들어 글로벌 통화정책 환경 급변

사실 글로벌 관점에서 보면 4월 들어 통화정책 환경은 이미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하반기가 시작되기 전에 미국을 중심으로 주요국 통화정책 완화가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는 이미 수그러든 상황이다. 심지어 시장 일각에서는 올해 중 금리인하가 단행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작년 말 4%를 하회했던 10년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4.5% 근처까지 올랐고, 다른 선진국 금리도 상승추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이렇듯 글로벌 통화정책 관련 컨센서스가 변한 주된 이유는 결국 물가다. 높은 금리 하에서 생산과 소비, 투자가 위축되고, 이렇게 수요가 줄면 물가가 더 빨리 내려갈 것이라 예상해 왔는데 각국 경제지표는 이러한 기대를 뛰어 넘는 호조세를 보이며 물가 안정 기대를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 완화가 늦어지는 환경 하에서도 우리 주식시장이 상대적 부진을 딛고 오를 수 있게 만들 다른 계기가 있다. 바로 주식시장에서 저평가되어 있는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드는 정책을 지속가능한 형태로 만들고 시행하는 것이다. 특히 2분기 중 발표될 예정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합리적이고 투명한 거버넌스 체계의 수립, 기업 이익의 공정한 주주환원 등을 유도할 만한 정책으로 인정받을 경우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장기적이고 고질적인 저평가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 이익의 주주 환원이 노동 소득과 더불어 우리 국민이 창출한 부가가치를 가계에 적절하게 배분하는 방법 중 하나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제대로 된 정책이 만들어지고 효과도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부가가치 배분과 관련해 노동 소득 증대 측면에만 관심을 집중해왔다. 하지만 우리 국민 중 주식 보유자수는 작년 말 기준 1400만명 이상이고, 급격한 고령화에 따라 자산 소득에 의존하는 가계 역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적절한 주주 환원이 창출된 부가가치의 분배를 통해 많은 가계의 소득 증대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당연히 가계의 소득 증대는 기업 실적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이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적절한 주주환원 정책으로 가계소득 높여야

한편 성공적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식시장 참여를 합리적 투자 활동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데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사실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시장 참여를 투기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 이는 가계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을 과도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에서는 통화완화나 재정정책이 적절치 못한 시점과 방식으로 사용될 경우 물가뿐 아니라 부동산시장을 자극해 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

만약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정착과 함께 주식시장 참여가 기업의 이익을 나누는 투자로서 인식되면 가계의 부동산자산 비중이 줄어들 것이고, 과다한 레버리지로부터 파생될 수 있는 경제의 위험도 줄어들 것으로 판단된다.

최석원 SK증권 경영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