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스스로 풀어야 하는 경찰 불신
전직 국가수사본부장이 퇴직 1년 만에 ‘사교육 카르텔 수사’를 받는 교육업체에 사외이사로 선임되자 뒷말이 무성하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취업 승인을 했다지만 수사 경찰의 ‘수장’을 지낸 사람 의 처신에 찜찜하고 낯부끄러운 것은 기자만의 감정이 아닌 듯하다.
올해 경찰 비위와 복무 위반이 끊이지 않자 “경찰 나사가 풀렸다”는 말이 나왔다. 이달 초에는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수사정보를 유출한 혐의로 서울지역 한 경찰이 체포됐다. 또 다른 경찰 고위 간부는 브로커를 통해 승진 청탁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직위해제 돼 재판을 받고 있다.
복무 위반도 계속됐다. 오죽했으면 윤희근 경찰청장이 지난달 ‘의무 위반 근절 특별경보’까지 발령했을까. 하지만 경보 이틀 만에 다시 음주폭행사건이 발생해 직원들을 허탈하게 했다.
누구는 경찰이 총체적 위기에 놓였다고 말한다. 수사권 독립, 대공수사권 이관 등으로 경찰 역할이 커졌지만 여기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못해 국민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수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발표를 보면 한국 경찰의 신뢰도는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신뢰도가 21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19번째였다.
경찰 수뇌부가 대책을 풀가동 해도 의무 위반이 계속되자 통제 위주, 위계질서 중심 처방에 한계가 온 게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경찰간부는 “금지만 해서는 안된다. 채용 이후부터의 대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일반 시민과 똑같은 사람이었다가 경찰이 됐으니 이제는 다른 태도를 갖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무기강 확립이 아니라 공직문화를 바꾸는 수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간 경찰 내부에서는 여러 연구를 통해 경찰윤리와 조직문화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인성검사를 간부까지로 확대하고 윤리의식 제고를 위해 가치관을 변화시키는 교육·훈련 강화도 요구했다. 스스로 일을 하도록 하고 자신을 통제하고 절제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때 창의성과 조직 성과가 나온다는 보고도 있었다. 하지만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경찰 신뢰가 떨어지면 국민은 불안하다. 음지에서 일하는 다수 경찰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일이기도 하다. 우려와 걱정이 많은 지금이 기회일 수 있다. 경찰직을 택한 사람들이 전통을 중시하지만 적극성과 사명감이 높다는 점에 기대어 볼만하다.
조직심리학자 애드거 샤인은 “조직에는 언제나 사회적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구성원들과 함께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에 대한 국민 불신을 푸는 길은 멀리 있지 않다. 경찰 스스로 재정비해 긍정적 경찰로 변화하는 게 가장 근원적인 해결책이다.
박광철 기획특집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