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단체장, 정부에 ‘반성’‘협치’ 주문
여당 시도지사 '정권심판' 총선결과 무겁게 받아들여
분권 이슈 묻힌데 아쉬움 … 정치 유·불리 셈법 복잡
“국민의 질책은 준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에 남긴 이 한마디는 자치단체장들의 총선 평가를 잘 보여준다. 단체장들도 정권심판으로 귀결된 이번 총선 결과를 그만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단체장들은 심판의 대상이 된 윤석열정부를 향해 ‘반성’과 ‘협치’를 주문하고 나섰다.
여당 단체장들은 자세부터 낮췄다. 정권을 향한 성난 민심은 곧 지자체에 대한 평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견인하지 못한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고, 이철우 경북지사는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윤석열정부와 저를 포함한 국민의힘 구성원 모두는 처절한 반성과 성찰이 필요하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반면 야당 단체장들은 윤석열정부에 협치를 강하게 주문하고 나섰다. 정권심판 민심을 확인한 만큼 정부와 여당에 할 말은 하겠다는 눈치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강조했고, 강기정 광주광역시장은 “여당대표와 대화하고 협치하라는 명령”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도지사들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지방분권 등의 이슈가 묻힌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총선 직후 KBS 개표방송에 출연해 “수도권 집중과 저출산 등으로 지역 불균형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이 이를 해결하는 계기가 돼야 했지만 이런 이슈가 전혀 부각되지 못했다”며 “지방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대목”이라고 짚었다. 함께 출연한 김관영 전북지사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각 지자체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총선에선 다른 이슈에 묻혔다”고 아쉬워했다.
총선 결과를 받아들이는 단체장들의 셈법은 복잡하다. 지자체들의 주요 정책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불리를 따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 부산 경기 등이 총선 파장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부산의 경우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하기 위한 ‘산업은행법 개정안’과 부산에 파격적인 특례를 주는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처리에 대한 계산이 복잡해졌다. 특히 부산에서 민주당이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탓에 야당 내에서 수도권에 맞설 힘이 약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다.
경기지역에서는 총선 이슈였던 서울편입 논란이 힘을 잃게 됐다. 서울편입을 공약으로 내걸고 김포·구리·고양·광명 등에 출마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낙선했고, 여소야대가 유지된 새 국회에서 입법을 추진할 가능성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반면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북부권인 동두천양주연천갑·을 지역구에서 경기북도 설치를 공약으로 내건 정성호 민주당 의원(5선)과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3선)이 당선되면서 관련 법안을 재추진하는데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의 경우 기후동행카드의 경기도 확산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경기도에서 60석 중 53석을 민주당이 석권하는 등 서울시 주변을 모두 민주당 후보가 이긴 탓에 오세훈 서울시의 핵심 정책에 대한 견제가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구시는 야당의 압승이 오히려 대구시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놔 눈길을 끌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선거는 보수당의 역대급 참패”라고 평가하면서도 “대구시정에는 이번 총선의 영향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오히려 대구시정을 펼치는 데 더 수월할 수도 있다”며 “광주시와 달빛 동맹을 강화하고 광주 군공항 이전, 대구 군공항 이전 후적지에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광주와 협의하고 민주당 주도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곽태영·이제형·방국진·최세호·곽재우·윤여운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