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게 ‘국민 뜻’이란?…세번째 고개 숙이지만
국무총리·대통령 참모 후보군 하마평 쏟아져
일각선 거국내각론 … ‘협치·소통형’ 요구 높아
총선참패 후 조기 레임덕 위기를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앞으로 어떤 방향의 국정쇄신으로 국정동력 회복을 도모할지 촉각이 모인다. 총선민의가 윤 대통령의 ‘협치’와 ‘소통’을 요구하는 만큼 인선도 이에 부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2일 통화에서 “(대통령실 참모) 교체 발표가 오늘 당장 있을 것 같지는 않다”며 “후임인선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어 국정을 쇄신하고 경제와 민생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짤막한 입장을 냈다. 뒤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 안보실을 제외한 수석급 참모들의 사의표명이 잇따랐다.
윤 대통령의 입장발표 후 각종 하마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 총리 후임으로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국민의힘 주호영, 권영세 의원, 김병준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 등이 거론된다. 여권 일각에서는 야당 인사인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거론된다. 신평 변호사는 11일 “윤 대통령이 총선결과에 승복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비서실장 후보군에는 김 통합위원장과 더불어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 장제원·이상민 국민의힘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한편에서는 참모교체가 ‘구인난’을 겪을 수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총선 낙선자 중에 옥석을 가려 영입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같은 맥락이다.
안보실 참모들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은 유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인선에서는 협치·소통이 최우선 조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분석실장은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참패로 기존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독자적 인선을 관철시키기가 물리적으로 어려워졌다”며 “야당에 앞서 여당 내 반발의 강도가 예전과는 다른 수준일 것”이라고 봤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윤 대통령 자신의 변화라는 지적이다.
윤 대통령은 앞서 임기 초인 2022년 여름 ‘내부총질 당대표’ 문자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급락하자 “제가 해야될 일은 국민 뜻을 세심하게 살피고 늘 초심을 잘 지키면서 국민의 뜻을 잘 받드는 것”이라며 “국민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같이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 지지세가 다시 상승세를 타자 야권을 향한 ‘카르텔’ 공세, 이념 공세를 거듭해 국민 피로도를 높였다.
지난해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패배하자 윤 대통령은 다시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며 “어떤 비판에도 변명해서는 안 된다”고 자세를 낮췄다. 이후 그는 대야 공세 발언을 자제하며 민생토론회 행보를 이어갔지만 정작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논란, 이종섭 주 호주대사 및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논란 등 용산 관련 문제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며 총선민심이 등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에는 총선패배라는 최악의 악재를 놓고도 단 한 문장의 입장만을 낸 윤 대통령이 과연 얼마나 진정성 있게 나올지 짐작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 국민의힘 소속 중진 의원은 12일 통화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말대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려면 정부여당이 국민에게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대통령의 정책, 소통방식, 태도 등 모든 영역에서 우선순위를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대통령부터 소통방식과 태도를 바꿔야 사람을 바꾸는 일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