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 위기 어디서 시작됐나 ② 영남 편중
지역구 의원 2/3 영남출신 … ‘영남 자민련’ 전락
영남 비중 상승→보수화·영남화→수도권·총선 패배 ‘악순환’
‘수포당’으론 총선 승리 불가능 … “지도부, 수도권 출신으로”
16일 국민의힘 총선 성적표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또 ‘영남 자민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95년 창당한 자민련은 충청권 지역정당처럼 활동하다 10여년 뒤 사라졌다. 국민의힘은 최근 3차례 총선에서 수도권 참패·영남 압승→당의 영남 편중 심화→당의 보수화·영남화→수도권 민심과 괴리→수도권·총선 패배라는 악순환을 반복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수도권 123석 가운데 35석을 얻는데 그쳤다. 수도권에서만 민주당과 50석 가까이 차이가 나자, 영남권 압승에도 불구하고 전국 의석수에서 1석이 밀렸다. 2020년 21대에는 수도권에서 더 크게 패했다. 수도권 121석 가운데 16석을 얻는데 그쳤다. 수도권에서만 민주당에게 80석 이상 밀리자 영남을 싹쓸이해도 소용이 없었다. 2024년 22대 총선도 21대와 판박이였다. 영남은 싹쓸이했지만, 수도권에서 80석 넘게 패하면서 전국 성적표는 참패로 귀결됐다. ‘수포당(수도권 포기 정당)’ ‘영남 자민련’으로는 도저히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온 대목이다.
여권에서도 영남 편중을 벗어나 수도권 정당화 돼야 한다는 의견이 잇따른다. 당의 지향과 얼굴을 수도권 정당에 걸맞게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 우선 당의 얼굴인 지도부부터 수도권 출신으로 탈바꿈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3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표 선출 당헌을 고쳤다. ‘당원 50%+여론 50%’(예선) ‘당원 70%+여론 30%’(본선)인 대표 선출안을 ‘당원 100%’로 바꾼 것. 여론 지지가 높은 수도권 출신 안철수·나경원 대신 영남 출신 김기현을 대표로 밀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원 100%’ 선출안 덕분에 ‘윤심(윤석열 마음)’이 낙점한 김 의원은 대표가 됐지만 임기 1년도 못 넘기고 중도사퇴했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일단 대표 선출안을 원래대로 복귀시킨 뒤 수도권 출신을 지도부로 세워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는 모습이다.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김재섭 당선인은 1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심 5, 당원 5. 그리고 본선에서 7 대 3으로 조정은 됐지만 그렇게 되면 훨씬 더 중도적인 메시지, 그 다음에 국민들을 향한 메시지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막 튀어져 나올 텐데, 저희가 당원 100%의 구조를 하게 되면 당원들을 향한 메시지만 나오게 되다 보면, 옳고 그름을 떠나서 특히 영남 중심의 정당으로 다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당선인은 “수도권의 민심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형식의 당 대표가 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여론 반영 비율을 높인 당헌으로 개정→수도권 지도부 선출→당의 중도화·수도권화→수도권 민심 회복→수도권·총선 승리라는 선순화 구도에 올라타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의힘은 6~7월에는 조기 전당대회를 치를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는 수도권 출신 중진인 나경원·안철수·윤상현·권영세 당선인 등의 출마가 거론된다. 김재섭 당선인도 30대 초선이지만, ‘제2의 이준석’으로 기대를 모은다. 강원 출신 권성동 당선인도 비영남권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