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미보고…바람 잘 날 없는 경찰
7억여원 뇌물 혐의 경무관 기소
검거 실패 보고 안한 총경 전보
‘특별경보’ 해제하자 다시 음주운전
고위 간부는 재판에 넘겨지고, 보고 조치를 소홀히 한 간부는 전보조치됐다. 경찰청 차원에서 비위 행위 집중단속이 느슨해지자 다시금 음주 운전이 적발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7억원대 뇌물수수 혐의 =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6일 김 모 경무관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부정청탁금지법·범죄수익은닉규제법·전자금융거래법·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김 경무관은 사업가로부터 경찰 수사 및 사업상 편의 제공에 관한 알선 명목으로 수년에 걸쳐 수억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공수처에 따르면 김 경무관은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의류업체 대표 A씨로부터 사업 및 형사사건 등에 관해 담당 경찰에게 알선해 달라는 청탁을 받고 이를 들어주는 명목으로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A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오빠와 지인 명의의 금융계좌를 통해 총 7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수처는 계좌추적을 통해 확보한 거래내역과 인터넷뱅킹 사용 내역 등을 분석해 오빠 명의의 계좌가 김 경무관의 차명계좌라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또 이 과정에서 김 경무관이 지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김 경무관은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김 경무관과 A씨 사이의 휴대전화 메시지 포렌식 내용, 관련자들의 진술 등에 비춰 A씨의 불법적인 장례사업 및 사업상·수사상 편의 제공에 관한 알선 합의가 있었음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김 경무관은 2022년 6월 강원경찰청에서 근무할 당시 분식회계·횡령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 무마를 대가로 대우산업개발 이상영 회장에게서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받고 있다. 공수처는 엄정하게 수사해 추가 기소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마약수사 핵심 교체 = 서울경찰의 마약수사 핵심 중 한명이 임명 두달 만에 전격 교체됐다.
경찰청은 서울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 마약범죄수사대장인 B총경을 지하철경찰대장으로, 지하철경찰대장 C총경을 마약범죄수사대장으로 각각 전보했다. 지난 2월 총경급 보직 인사가 이뤄진 뒤 2달여 만에 이뤄진 이례적인 것으로 B총경에 대한 문책성 인사다.
마약수사대 안에 있는 국제범죄수사대가 핵심 피의자를 추적해 오다가 검거에 실패하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수사팀에서는 B총경에게 ‘조속히 검거할 테니 상부에 보고를 늦춰 달라’는 취지로 보고했고, B총경은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수사대 안팎에서는 B총경은 부하 직원들의 실수를 감싸기 위해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 피의자는 얼마 후 검거됐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중 피의자를 놓치는 일은 종종 있어 큰 문제가 안 된다”면서도 “중요 사안을 지휘체계에 보고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일”이라고 인사조치 배경을 설명했다.
◆특별경보 해제, 음주운전 또 = 경찰청은 내부 비위 행위가 끊이지 않자 본청 차원에서 ‘의무위반 근절 특별 경보’를 발령했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일인 10일에는 갑호비상령까지 발동하자 각종 일탈 행위가 진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특별경보 1호가 지난 11일 해제되자 또 다시 음주운전이 이어졌다.
12일 오후 8시 20분쯤 광주 북구에서 광주서부경찰서 소속 경감 D씨가 음주운전 사고를 내 입건됐다. 이에 따라 D경감이 소속된 광주 서부경찰서장과 형사과장이 대기발령 조치됐다.
16일에는 오전 1시 경북 경산에서 음주운전 측정을 거부한 대구중부경찰서 형사과 소속 경감 E씨가 적발됐다. 또 같은 시간 인천 미추홀구에서 경위 F씨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인천경찰청은 형사기동대 소속 F씨를 직위해제했다.
오승완 구본홍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