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채 상병 특검’ 끝내 반대
윤재옥 “선거 승리로 독소조항 해독 안돼”
수사대상에 대통령실 포함돼 ‘민감 반응’
총선 민심 수용의 첫 시험대로 여겨졌던 ‘채 상병 특검’ 법안과 관련해 국민의힘이 사실상 반대쪽으로 돌아섰다. 법안 내 독소조항을 이유로 들었지만 대통령 수사까지 가능하다는 점에 예민한 반응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6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더불어민주당이 21대 국회 내 본회의 통과를 공언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이하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독소조항 등 법안의 문제점이 선거 승리만 하면 다 해독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여당은 야당 교섭단체가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도록 한 점, 특검이 수사상황을 브리핑할 수 있도록 한 점 등을 독소조항이라고 비판해왔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주까지는 승자의 시간”이라며 “선거에 진 입장에서 일일이 반박하는 것이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칠까 봐 묵언하고 있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특검의 전제조건이 있다”면서 “특검의 공정성이 최소한 담보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원내대표는 또 “수사기관 수사가 미진하거나 공정하지 못했다고 평가하면 특검을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아직까지 경찰 수사는 진행 중이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는 착수했다고 보기도 애매한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관련 언급을 삼가던 윤 원내대표가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최근 일부 당선인들이 특검 찬성 입장을 밝히는가 하면 현역 의원들 중에서도 특검 찬성을 놓고 고민하는 기류가 확산되고 있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JTBC 보도에 따르면 공개적으로 특검 찬성 입장을 밝힌 당선인들 외에도 10여명의 현역 의원들이 고민중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특검이 현실화될 경우 파장이 어디까지 갈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부담이다. 채 상병 특검법에 따르면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실, 국방부, 해병대 사령부, 경북지방경찰청 내 은폐·무마·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 등을 수사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실이 수사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언제든 특검의 화살이 겨눠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자칫하면 탄핵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내에선 채 상병 특검과 대통령 탄핵 연관성에 대해 “지나치게 나간 것 같다”(박주민 민주당 의원)며 손사래를 치지만 특검이 일단 가동되기만 하면 이후 상황은 예측 불가능의 영역에 들어가게 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으로 가든 안 가든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 자체가 치명적 아니겠냐”면서 “특검법을 수용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