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기록적 참패 후에도 또 안정형?
새 비대위원장에 ‘윤재옥 추대론’
“대통령 독선” 쓴소리는 힘 못 얻어
국민의힘이 기록적인 총선 참패 후에도 대대적인 쇄신보다는 기존 관성에 안주하는 모습이 더 눈에 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총선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다는 것 정도 외에는 별다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만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 국정운영에 대한 비판과 야당과 협치 필요성 등에 대한 쓴소리도 나오지만 주류가 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17일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전날 당선자 총회에 이어 초선 당선자들과 오찬, 상임고문단과 간담회를 이어갔다. 총선 패배 후 당 수습책과 관련한 의견수렴을 위해서다.
이날까지 국민의힘이 가닥을 잡은 수습책을 요약하면 실무형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서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관리하도록 하자는 정도다. 당초에는 이외에도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안정적인 모델이 선택된 셈이다.
벌써부터 야당의 공세가 강화되고, 전당대회를 치르기 위해선 비대위를 거칠 수밖에 없다는 현실론이 반영된 대안이지만 당 일각에선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당 관계자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똑같이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패 수습책을 마련하기 위한 좀 더 큰 진통이나 치열한 여론전 등이 있을 수도 있다고 봤는데 생각보다 빨리 조용해졌다는 것이다.
실무형 비대위인만큼 현재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추대하자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최종적인 결정은 22일 열리는 당선인 총회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 나오는 쇄신 목소리는 주류가 되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17일 열린 윤 원내대표와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선 당 원로들의 쓴소리가 나왔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이번 참패의 원인은 대통령의 불통, 당의 무능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라고 생각한다”면서 “한발 늦은 판단, 의·정 갈등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독선적 모습이 막판 표심에 나쁜 영향을 준 것 아닌가 생각한다. 대통령이 확실히 바뀌어야 하고, 당도 유능해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