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치 위기 어디서 시작됐나 ④ 노령층만 남은 지지층
4050대 이어 2030대도 외면…‘노인의힘’ 전락 위기
60대 이상만 앞서 … 4050대는 강한 야당세 ‘유지’
2030대, 대선 때 ‘팽팽’했지만 총선은 ‘야당 압승’
4.10 총선의 세대별 득표율을 따져보면 국민의힘은 60대 이상에서만 우위를 점했다. 전통적 야당지지층인 4050대는 물론이고 2030대에서도 ‘완패’했다. 국민의힘이 ‘노인의힘’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는 지적이다. 불과 2년 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는 2030대에서 이재명 후보와 ‘팽팽’한 승부를 펼치면서 승리를 거뒀다.
18일 KBS MBC SBS 총선 출구조사의 세대별 득표율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60대 이상에서만 우위를 점했고, 50대 이하에서는 완패했다. 60대에서는 국민의힘 후보(62.9%)가 민주당 후보(34.1%)를 두 배 가까이 압도했다. 70대 이상에서는 국민의힘 후보(72.7%)가 민주당 후보(25.3%)보다 무려 세 배 가까운 지지를 얻었다. 노령층에서는 확실한 우위를 점한 것이다. 노령층 득표율은 2022년 대선과 비슷한 수준이다.
4050대에서는 대선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크게 밀렸다. 40대에서는 국민의힘 후보(32.3%)가 민주당 후보(62.5%)보다 현저히 약세였다. 586그룹으로 분류되는 50대에서도 국민의힘 후보(39.9%)는 민주당 후보(55.8%)보다 뒤졌다. 4050대 표심도 2022년 대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4.10 총선의 승패는 2030대에서 판가름 났다.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는 20대에서 45.5%를 얻어 이재명 후보(47.8%)와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30대에서도 48.1%를 획득하면서 이 후보(46.3%)와 호각세를 이뤘다. 윤 후보는 대선 당시 △여성가족부 폐지 △병사 월급 200만원 등 공약을 앞세워 2030대 남성에서 압도적 우위를 기록하면서 2030대 전체에서 대등한 표심을 기록할 수 있었다.
하지만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2030대에서 무기력하게 밀렸다. 20대에서 국민의힘 후보는 35.4%에 그치면서 민주당 후보(59.3%)에 완패했다. 30대에서도 국민의힘 후보는 41.9%로 민주당 후보(52.8%)에 역부족이었다.
이번 총선에서는 대선과 달리 2030대 남성에서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팽팽했다. 2030대 여성에서는 민주당에 몰표가 쏟아졌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2030대에서 민주당에 완패하면서 대선과 달리 이번 총선에서 큰 차이로 졌다는 분석이다.
여권에서는 2030대 표심 이탈을 놓고 △이준석 축출 △선거 캠페인 실패 △청년 대책 미흡 등이 원인이 됐다고 분석한다.
국민의힘은 2022년 대선에서 이준석 대표를 앞세워 이대남(20대 남성) 표심을 잡았지만,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 대표를 내쫓았다. 국민의힘은 총선에서 ‘운동권 심판론’ ‘이조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웠을 뿐 2030대 표심을 사로잡을만한 공약을 내놓지 못했다. 2000년대에 대학을 다닌 2030대는 국민의힘이 심판하자고 목청 높인 ‘운동권’을 경험한 적도 없다. 2030 유권자네트워크는 총선 뒤 “총선 과정 중에서 전세 사기,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 사건,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등 청년 세대가 현재 겪고 있는 비극과 미래에 대해서 고민하고 이야기하는 청년 정치인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국민의힘은 전세 사기와 이태원 참사, 채 상병 사망 사건, R&D 예산 삭감 등 2030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슈에 대해 집권여당으로서 ‘설득력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여권 관계자는 17일 “(국민의힘이) 전국 선거에서 이기려면 노령층 지지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2030대를 포기해서는 안된다. 청년층의 주거와 취업 등 문제에 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한다. 그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채 상병 사건이나 이태원 참사 등 이슈에 대해서도 그들의 시각에서 바라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