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시의회 ‘사무처 감사’ 갈등
서울시 감사에 의원들 발끈
시 역점사업 추진 ‘발목’ 우려
서울시와 시의회가 사무처 감사를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19일 서울시의회와 서울시에 따르면 시 감사위원회는 시의회 사무처를 상대로 예산집행 실태감사를 진행 중이다. 최근 2년간 예산집행 현황, 복무 관리 실태 등이 조사 대상으로 알려졌다. 사무처는 시의회 운영을 위한 사무를 처리하는 조직이다.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시의회 사무처 직원 인사권은 시의회 의장이 갖고 있지만 사무처를 감사하고 조사할 권한은 서울시에 있다.
사무처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가 이뤄지면서 시의원들이 반발하고 있다. 감사 과정에서 시의원들의 업무 추진비 편법 집행 관행이 드러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특히 시의회 상임위원장단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례가 없는 일일 뿐 아니라 입법권 침해가 아니냐는 것이다.
시의원들 반발에 감사 일정을 회기 이후로 미뤘지만 불씨는 남았다. 서울시 감사에 불만을 품은 시의원들이 조직개편, 오세훈 시장 역점사업 등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다수인 서울시의회는 대체적으로 오 시장 정책에 호응해왔지만 일부 사안을 두고는 견해를 달리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TBS 지원 조례 폐지와 지원 연장을 위한 논의 과정이 대표적이다.
시의회 반발에 서울시는 다소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시의원에 대한 감사는 애초 가능하지도 않으며 사무처 감사 또한 시의회 내부 요청에 의해 이뤄진 것일 뿐 시가 먼저 시작한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시의회 내부의 파워게임이 격해지면서 외부로 분출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번에 공직기강 해이 문제로 감사 대상이 된 시의회 수석전문위원실은 한창 인사가 진행 중이다. 오는 6월에는 차기 시의회 의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단독 추대 형태로 진행된 지난 의장 선거와 달리 이번엔 복수의 후보가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의원은 “의장 선거와 수석실 교체 등 인사 문제가 겹치면서 갈등이 더 꼬인 것이 사실”이라며 “서울시가 아닌 시의회 요구로 시작된 감사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근본적으론 시의회 내부 문제”라고 말했다.
시의원들을 더욱 예민하게 만든 것은 해외시찰을 앞두고 해당 이슈가 불거졌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밝힌 조사 내용에 시의원들 해외연수가 포함돼 있다. 서울시의회 10개 상임위는 오는 5월 일제히 공무국외연수를 떠날 계획이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