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계인의 연대
23일 국내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
기후소송 공개변론이 23일 최초로 열린다. 2020년부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비롯한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부실해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기후소송이 잇달았다. 지난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헌재에 제출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는 청소년·시민단체·영유아 등이 낸 기후소송 4건을 병합해 23일 오후 2시 공개변론을 연다. 2020년 3월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19명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 및 시행령의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21년 10월에는 시민(시민사회단체와 정당) 123명이 탄소중립기본법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2022년 6월에는 영유아 62명이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 감축목표가 위헌이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2023년 7월에는 시민 51명이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국가의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헌법소원 제기는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이미 네덜란드와 독일, 유럽인권재판소 등에서 각국 정부의 부실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기본권 침해라는 판결이 나왔다. 게다가 지난 9일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은 유럽 46개국 회원국에 법적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파장이 클 전망이다. 70대 스위스 여성 2400명이 스위스 정부를 대상으로 낸 인권 위반 소송에서 이들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마리아 안토니아 티그레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사빈기후변화법센터 글로벌 기후소송 디렉터는 “전세계적으로 기후소송이 늘고 있고 한 나라의 긍정적인 판결이 국경을 넘어서 파급 효과를 낳고 있다”며 “최근 스위스 여성들이 ‘기본권 침해’에 대해 권리 관점에서 접근한 소송에서 승소한 일은 한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빈기후변화법센터는 컬럼비아 법대 산하 기후법 전문 연구기관이다.
미에 아사오카 일본 키코 네트워크 대표(변호사)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목표로 높이도록 촉구하는 미래세대 소송을 한국 헌법재판소가 정면으로 다루게 된 일은 일본에서 진행되는 소송 뿐만 아니라 미래 제기될 수 있는 소송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며 “한국 헌재의 결정은 여전히 인권 문제로 보지 않는 일본 법원에 큰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에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제적으로 기후변화와 관련한 소송 다양성이 확대되는 추세다. 런던 정경대 그래덤 기후변화 환경연구소의 ‘기후 소송 글로벌 트렌드 2023’ 보고서에 따르면 신규 기후소송 건수의 전반적인 증가율은 둔화되지만 사건 다양성은 확대됐다. 특히 기업 행위자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 증가했다. 이는 사빈기후변화법센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